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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수 기준 100배 늘려…입맛대로 선거판 짜는 미얀마 군부

당원 수 기준 100배 늘려…입맛대로 선거판 짜는 미얀마 군부

기사승인 2023. 01. 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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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anmar Election Law <YONHAP NO-1700> (AP)
미얀마 쿠데타의 주범이자 군정을 이끌고 있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제공=AP·연합
미얀마 군부가 올해 실시될 총선을 앞두고 강력한 새 선거법을 발표하며 통치를 강화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29일 이라와디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최근 총선 참여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과 당원 수 등 기준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새 규정에는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분류한 정당이나 후보의 총선 출마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민주진영이나 반(反) 군부 세력의 총선 참여를 막은 셈이다. 기존 정당들도 2개월 이내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재등록해야 한다. 군정은 "이에 따르지 않을 시 정당 등록은 자동으로 무효가 되며 해산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정당에 대한 규정도 대폭 강화했다.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선 정당들은 등록 후 3개월 이내 최소 10만명의 당원을 두고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 당원수 규정인 1000명에서 무려 100배가 늘어난 것이다. 6개월 이내 전국 330개 타운십(한국의 區에 해당) 중 절반 이상에 사무소를 열고 후배를 내야 한다는 조건도 추가됐다.

이같은 강화된 새 규정은 군부 정당으로 분류되는 연방단결발전당(USDP)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일각에선 해당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정당은 사실상 USDP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호시 미얀마 수석 고문은 이 규정이 "미얀마 군부가 통제할 수 있는 정치 체제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정당들은 선거가 엉터리라는 것에 대해 겁을 먹거나 기분이 상할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전국적인 선거운동을 벌이기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 것이고 누가 당장 정당에 자금을 댈 수 있겠느냐"며 "이것은 군사 통치를 영구화하려는 것이다. 그들(군부)은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선거가 (제대로) 작동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부가 정당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며 총선을 통제함으로써 반대 세력의 총선 참여를 막고, 총선의 문턱을 높인만큼 사실상 총선이 치러지더라도 군부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웅산 수치 고문이 징역 33년형을 선고받는 등 민주진영 인사들이 대거 체포된 가운데 열리는 선거 자체가 자유롭고 공정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021년 2월 군부가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국가비상체제로 2년간 통치한 군부는 오는 8월께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NLD는 지난해 11월 군정이 준비하고 있는 선거를 "정치적 정당성과 국제적 인정을 얻으려는 시도로 가짜 선거"라 비판하며 "이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군부의 입맛대로 짜여진 판에 참여해도 제대로 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선거에 패배해 군부 정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 속에서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 반군부 세력도 선거 사무소와 경찰·선거인 조사원 등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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