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밀려
"국제 표준 선점하기 위한 정부의 도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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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테슬라는 현대차의 DC콤보(CCS1) 충전 어댑터와 달리 자체 충전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급속 충전기의 명칭을 '북미충전표준'(NACS) 커넥터로 변경하고 이를 미국 정부와 함께 국제 표준으로 강력히 밀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포드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까지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테슬라는 전기차 충전기의 국제 표준을 선점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길 원하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합의는 지난달 초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국가 표준 전략을 담은 '핵심 신흥 기술' 보고서의 결과값으로 풀이된다.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국제 표준을 선점해 경쟁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로 미국과 캐나다의 모든 포드 및 GM 전기차는 오는 2024년부터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 전기차 점유율 70%에 해당하는 차량이 슈퍼차저를 사용함으로써 현대차·기아도 NACS 커넥터를 호환할 수 있도록 차량을 생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의 경우 NACS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오닉5와 EV6에 탑재된 V2L 기능을 NACS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NACS를 추가로 탑재할 수 있지만, 생산비 상승과 차량 내부의 공간 축소로 상품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이같은 테슬라의 공격적인 행보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실효에 이어 충전기 규격까지 장악해 전기차 시장 진입장벽을 높여 향후 미국 소비자가 충전에 편리한 테슬라·GM·포드 등 미국산 차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국내 완성차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 국제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서 유럽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 충전기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 테슬라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미국 정부와 손 잡고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로 꼽히는 중국과 한국 등을 견제하기 위해 충전사업의 판도를 뒤흔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 표준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국제 기구 활동 전문가를 모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