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특화단지' 5곳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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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놈될' 용인·평택, '분야별 지역배분' 이차전지
정부는 이날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반도체(용인·평택, 구미), 이차전지(청주·포항·새만금·울산), 디스플레이(천안·아산)를 각각 선정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반도체 분야는 용인 남사 첨단시스템 반도체클러스터(삼성전자), 용인 원삼 반도체클러스터(SK하이닉스), 용인 기흥 농서지구(삼성전자),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일반산업단지(삼성전자) 등 4개 단지가 선정됐다. 총면적만 1633만㎡에 이른다.
용인은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만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이 확실시 돼 왔다. 용인의 경우 기존 원삼 반도체클러스터가 일반 산업단지에서 특화단지로 격상됐다는 점에 의미를 더한다.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진행하는 일반 산업단지와 달리 특화단지는 정부 주도로 토지 수용, 전력 공급 등 인프라 구축에 큰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상일 시장은 "정부가 용인특례시를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한 것은 국가의 반도체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현명한 결단"이라며 "용인특례시가 전국 최대규모의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선도기업으로 하는 '용인 L자형 반도체 벨트'의 반도체 생태계는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분야는 청주, 포항, 새만금, 울산이 골고루 선정됐다. 전북 새만금은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전구체 가공과 리사이클링(재활용) 집적단지가, 경북 포항은 양극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 충북 청주에는 오는 2024년까지 연 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울산은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기반이 들어선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춰 전북 발전에 필요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정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보냈다. 정 의원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심사가 진행 된 올 상반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위원으로서 공모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긴밀히 접촉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말에는 김관영 도지사, 신영대 민주당 의원과 3자 협치로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면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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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 전문가' 주대영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소재, 부품, 완제품을 각각 여러 지역에 나눠준 것으로 보인다"며 "새롭게 조성될 산업단지는 새만금으로 보이고 청주, 울산, 포항은 이미 대규모 단지가 조성돼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유일한 신청 지역인 천안·아산으로 확정됐다. 천안·아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장이 자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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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소부장 특화단지는 경기 안성, 충북 오송,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안성은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경기도에서 소부장 특화단지에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안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이 자리한 용인, 이천, 평택과 인접해있어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에 유리한 점을 강조해왔다. 안성시를 지역구로 둔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안성 동신일반산업단지가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된 데 대해 19만명 안성 시민과 함께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후 삼성전자와 정부 측에 반도체 분야 투자를 꾸준히 요청해왔다. 여당 수도권 3선 의원으로 대통령실은 물론 이창양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도 수차례 건의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협력업체의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소부장 특화단지가 성공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안성시는 소부장 특화단지 선정을 놓고 인천광역시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안성과 인천광역시가 경쟁했는데 안성이 승리했다"며 "인천의 경우 퍼포먼스도 많이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산의 경우 전력반도체를 내세워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선정될 것을 기대했는데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돼 약간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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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영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미중 갈등 국면 장기화에 따라 해외 소부장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을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에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손 고객'들인데, 이들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어서다. 주 연구위원은 "더이상 중국 투자가 어려운 해외 기업들에 우리 정부가 국가산업단지를 제공하면 한국에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 연구위원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장비 R&D 센터' 신설 △ASML '노광장비 제조센터 및 트레이닝 센터' 신설 △램리서치 '반도체 제조장비 R&D 센터' 신설 △TEL '반도체 제조장비 R&D 센터' 증설 △인텔 '서울 호환성 테스트 연구시설 구축' 계획 △ULVAC '반도체 제조장비 R&D 센터' 건설 △히타치 하이테크 '나노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 △고쿠사이 일렉트릭 '평택공장' 확장 등이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한 주요국의 '현금지원' 규모도 상당하다. 미국은 향후 5년 간 390억달러(약 51조원)와 세액공제 25%를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에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은 TSMC에 4760억엔(약 4조7000억원)을, 삼성전자에 100억엔(약 1000억원 이상) 지원을 약속했다. 프랑스는 STM과 글로벌파운드리 합작공장에 29억 유로(약 4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 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반도체 기업에 현금을 4조~5조원씩 투자한다"며 "미국 정부가 인텔에 3조~4조씩 지원하는 것을 미국 내에서는 용납이 된다. 근데 우리 정부가 삼성에 그렇게 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