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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인의 '날마다 날마다 생일'은 그동안 7권의 시집을 내면서 세계를 향해 다양한 사유를 펼쳐왔다. 존재의 성찰, 대중성의 피력, 음식에 대한 시, 위트와 재담, 이웃의 이야기를 듣던 귀와 눈이 이번에는 자신에게로 더 많이 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집에 등장하는 염증과 여러 병증과 알약은 시인의 아홉수를 풀어가고 있다. 시집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마흔아홉을 '바람은 어깨를 반도 걸치지 않았는데' 자신의 생애가 '가지 많은 나무처럼 몸 한그루가 통째로 출렁댔다'고 표현한다.
그동안 거의 모든 시집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던 위트와 재담은 줄어들고 내면의 성찰에 공들였다. 중년의 아픔을 다독이며 스스로 지표면 아래를 발견하고 그 뿌리에서 끌어올린 아픔을 조용히 시로 치유한다.
이 시집은 지천명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생긴 전립샘증식증, 불안장애, 등과 같은 생애의 주름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중년의 삶의 대피소를 찾는 동병상련의 인생에 공감과 위로의 노래다.
시인은 스스로를 경계하고 주변을 살피고 가족을 다시 읽고 이웃을 관찰하고 파리 목숨 멸치 대가리에도 관심을 두고 관절염 걸린 세창이다리를 쓰다듬고 세상천지를 밝히는 왕달맞이꽃을 만나는 데 이르고 '세상 사는 일 절반이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만성단순치주염)'을 알게 된다.
김윤환 시인은 "시집의 표제시인 '날마다 생일'은 어쩌면 시인이 자신에게 혹은 가족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고백하는 가장 소박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시가 어려워지는 시대일수록 시는 결코 공감의 통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시집에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마흔아홉에 쓰인 시인의 시들은 우리의 생애는 '날마다 생일'이었고 앞으로도 '날마다 생일'이 돼야 함을 다독이듯이 독자에 들려주고 있다"고 평했다.
송기역 시인은 "어디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는 터키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말을 빌려 이 시집은 '진정한 여행'을 떠나려는 '아홉수 영혼'에게 시의 나라에서 온 여행자가 보내는 여행 지도서"라며 여덟 번째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전북작가회의와 서민 동인으로 활동 중인 박수서 시인은 1974년 김제에서 태어났다.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마구간 507호' 외 2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박쥐' '공포백작'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해물짬뽕 집' '갱년기 영애씨' '내 심장에 선인장 꽃이 피어서'를 출간했고 사랑시집으로 '이 꽃 지고 그대 떠나도'가 있다. 시와창작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