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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확대한 은행권? 정규직 줄이고 시간제·비정규직 늘렸다

채용 확대한 은행권? 정규직 줄이고 시간제·비정규직 늘렸다

기사승인 2023. 09. 1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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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정규직 1297명 줄고 비정규직 673명 늘고
희망퇴직 빈자리, 시간제텔러·대학 인턴 채용
은행들 "디지털화로 IT인력 확충·지점 효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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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채용을 늘리면서 일자리 창출에 나섰지만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 초 2500명 가량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몸집을 줄인 은행들은 빈 자리에 신규 직원과 비정규직을 함께 고용했다. 시중은행들이 올 상반기 신규채용한 정규직 인원은 1500명 수준이다. 또 지난 1년간 비정규직원은 600명 넘게 늘었다.

은행권에선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가 심화되면서 IT인력을 확충하고, 영업점의 효율화를 위해 이같은 채용 방법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매년 늘고 있는 비정규직은 창구에서 근무하는 시간제텔러나 3개월 단위로 고용한 대학생 인턴 제도 등이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은행산업의 디지털화로 인력 고용 추세가 전문직을 중심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고용 확대 차원에서 비정규직원을 늘리는 은행들의 인력 채용이 질적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5곳(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의 총직원 규모는 작년 3월 대비 올 3월 624명 줄었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들의 비정규직원은 673명 증가하고 정규직원은 1297명 줄었다.

KB국민은행의 비정규직원은 1년간 402명 늘어났는데 정규직원은 같은 기간 648명 줄었다. 정규직원 감소에는 지난 연말 단행한 희망퇴직 영향이 컸다. 올해 KB국민은행에선 713명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는데 올 상반기 신규로 250명을 채용했다. 700명이 빠져나간 자리에 신규 채용으로 250명, 비정규직으로 400명이 채워진 셈이다.


KB국민은행의 비정규직 증가 배경에는 대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전문직무직원과 파트타이머 충원이 자리한다. KB국민은행은 퇴직 직원을 대상으로 영업점내 감사역으로 재채용하거나 대학생 디지털서포터즈, 일반 사무업무 등에 필요한 인원들을 일부 채용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리브엠매니저는 근무기간이 2개월인 파트타이머로 100~200명 규모로 채용했다. 여기에 대학생들이 파트타이머로 3개월 단위씩 디지털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근무한다. 영업점에 찾아오는 고령고객을 도와주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들도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비중은 적지만 영업점 텔러도 비정규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KB국민은행의 임원수는 1년만에 35명 줄었는데, 이는 영업지역 그룹 대표(본부장급)를 그동안 임원으로 분류했다가 상무급부터 임원으로 포함시키면서 임원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디지털과 IT분야의 전문직무 직원인 무기계약직원은 같은 기간 313명에서 289명으로 줄어들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총직원수는 작년 3월대비 올 3월 기준 89명 줄었다. 비정규직원은 같은 기간 2785명에서 2799명으로 소폭 늘었다. 시중은행 중에선 NH농협은행의 비정규직원 규모가 가장 큰데 이는 출산 전후 대체 인원이 유독 많아서다. 디지털 전문분야 채용도 있었지만 출산 전후 대체 인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대거 뽑으면서 출산을 장려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NH농협은행은 퇴직자수(493명) 대비 신규채용(500명)이 더 컸던 유일한 곳이었다.

시중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임원수가 늘어난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의 총직원 수는 지난 1년간 106명 줄고 비정규직은 257명 늘어났는데, 임원수는 같은 기간 11명 늘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 초 영업본부 조직이 바뀌면서 영업본부장이 생겼고, IB(투자은행)조직 확대로 임원수가 소폭 늘었다"고 전했다. 올해 하나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300여명으로 올 상반기 신규 채용 인원은 250명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은행 중 유일하게 총직원수와 비정규직원이 모두 감소한 곳이다. 신한은행은 올 해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몸집을 줄여왔었다. 우리은행의 직원수는 작년 3월 대비 올 3월 61명 줄었다. 이중 비정규직은 30명 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는 은행들의 채용 관행이 앞으로 전문직을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IT전문인력은 물론 디지털과 유통 등 산업들간 합종연횡으로 전문직군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은행의 정규직은 노동조합이 있어 고용안정성이 뚜렷한 반면, 비정규직의 증가는 은행의 고급인력 증가를 막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앞서 은행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임금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편하고자 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인력 채용에 있어서 질적 상승을 유도하는데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은 인력 효율화 방법이 많진 않다"면서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고급인력을 증가시키는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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