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등록한 날 만난 이수정 교수
경기 수원정 출마 선언…"당연히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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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날 수원시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를 들러 수원정 지역구의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예비후보 등록 후엔 페이스북에 "출산과 육아, 그리고는 사회생활 복귀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그래서 더 이상은 '암컷'이란 천대도 받지 아니하고 경력이 단절될 필요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출마의 변을 남겼다.
"정말 서류가 복잡하더라고요." 정치 신인에겐 예비후보 등록도 낯설고 어려운 일이다. 수원정 지역구의 현역은 '3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에서 수원 갑·을·병·정·무 지역구를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동네에서 마트에 가면 제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분들이 많았는데, 빨간 옷을 입고 있으니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국민의힘이 그만큼 인기가 없다는 거겠죠."
이 교수의 수원정 출마 선언이 큰 화제를 모았던 이유다. 당에서 귀하게 모신 '영입인재'가 민주당 중진과 맞대결에 물러섬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려니 지역을 골라야 하더군요. 제가 떠올릴 수 있는 지역은 딱 두 곳뿐이었어요. 지금 살고있는 서초와 학교가 있는 수원이요. 근데 전 수원을 더 잘 알아요. 하루 세 끼를 수원에서 25년간 먹은 사람이예요. 수원 출마는 너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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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매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국회에서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리라 기대했는데, 도대체 관련 입법을 하질 않잖아요. 지금 온라인에서 영아가 매매되고 있고요, 청소년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어요. 국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요?"
이 교수의 언성이 다소 높아졌다. "요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20대 남자가 초등학생을 유인해 성폭행해도 '의제 강간' 연령인데 인정이 안 되고 있어요. 금전을 갖고 아이들을 유인하는데, 초등학생이더라도 간음죄고 나오고 있죠. 간음이라는 건 동의를 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했다는 걸 법원이 인정하는 거예요. 의제 강간 연령을 만 16세로 올렸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의제 강간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선진국이죠.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어요."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제시카법'도 필요하다고 봤다. 제시카법은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최소 25년의 형량을 적용하고, 출소 이후에도 평생 위치추적장치를 채워 집중 감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미국 법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 국가 지정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꼭 해야될 것 같아요. 왜냐면 전자발찌 찬 사람도 집에서 앱으로 여자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일 수 있잖아요. 그렇게 들어오는 제보가 꽤 많아요. 아동 성폭행이 그렇게 일어나거든요. 아이들을 앱으로 유인하고 그루밍(Grooming)해 집까지 불러들인 다음 성폭행을 해 발각되는 사건들이요. 국가 지정시설에 거주하게 하면 야간 생활관리가 가능할 거예요. 1년에 소아성애적 상습범들, 아동 성범죄를 주로 저지르는 범죄자가 보통 30명 정도 출소하고 있대요. 집에 혼자 살며 음란물 보다가 아침에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기웃대다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데 그들의 자율권이 중요한가요? 전 아동들의 인권이 더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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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감독제도가 도입되기까지 국회에서 본 '인권 변호사'들은 피해자들보다 피의자들의 편에 서 있었다고 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계속 국회에 불려다녔어요. 전문가들은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전자감독제도에 반대했던 인권변호사들, 헌법학자들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민주당에 갈 수가 없어요. 그분들이 민주당에 많이 계세요. 정치인들도요.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에 반대하던 분들이 민주당에서 인권을 독점하듯 얘기하잖아요. 이런 위선과 이중성을 용인하고 싶지 않아요."
이 교수의 명함에는 '경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공공안전학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라고 적혀있다. 연세대 심리학과(학사), 동대학원 사회심리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에서도 사회심리학과(석사), 심리측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람의 심리를 수십년간 연구해 온 학자의 눈에 최근 정치권에서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심리 분석을 요청해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어린놈' '건방진 놈'이라고 막말을 쏟아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이 교수와 연세대 동문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대표적인 86세대잖아요. 옛날 운동권, 민주화 투쟁의 단물은 다 뽑아먹은 세대. 그들은 이미 특권 계층이 된 지 오래인데 여전히 대학 다니던 1980년대 사고를 그대로 하고 있더라고요. 세상은 바뀌었는데 말이예요. 어떻게 보면 시대에 도태된 것 같은 그런 무리가 됐어요. 민주화 투쟁은 그들만 한 게 아니예요. 그 시절은, 그 세대는 다 민주화 투쟁을 했단 말이에요. 송 전 대표가 81학번이고, 제가 82학번이예요. 송 전 대표를 응원했던 사람이 나였어요. 근데 그때는 그런 사람 아니었어요. 진짜 용감하고 신념이 꽉 찬 학생이었어요. 왜 이렇게 추락했는 지 이해가 안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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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4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이지만 국민의힘은 혼란 속에 있다. 이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13일 김기현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국민의힘은 14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어쩌면 변화는 위기로부터 온다고 생각해요. 위기 의식이 없으면 변화를 시도하지 않겠죠. 이제 국민의힘이 거침 없이 변화할 것 같아요. 내년 총선은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과 '변화를 막으려는 세력'의 대결 구도라고 봅니다."
인터뷰 말미 관객수 7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민주당은 군사독재를 '검부독재'라고 부르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상황도 참 아이로니컬하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의 봄의 전두광(전두환)을 윤석열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걸 보고 재밌었어요. 서울대에서 모의재판할 때 전두환한테 사형 선고 내리고 피신했던 분이 대통령 아닌가요? 그런 용기도 못 낸 사람들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길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