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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의사처럼 일하는데 환자는 못 믿고…지쳐가는 간호사들

[의료대란] 의사처럼 일하는데 환자는 못 믿고…지쳐가는 간호사들

기사승인 2024. 03. 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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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 신고센터 관련 내용 접수 많아
업무 분담 안돼 혼란 가중 불만도
"수술·시술 환자들에게 미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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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 사태가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지난 18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위급한 환자에게 달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파업이 길어질수록 환자가 겪게 될 부작용이 커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겁니다. 이제 제발 그만 멈춰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는 19일 아시아투데이와 통화에서 연신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교수님들이 25일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하는데, 사태가 갈수록 산으로만 가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전공의나 전문의 조차도 다 떠나가 버릴 것"이라며 "간호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하는 일은 의사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원래는 전공의가 해야 하는 일도 지금은 교수님이 다하고 있으니 수술 시간이 두 배가 된다. 옆에서 돕는 간호사들도 지쳐간다"고 하소연했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PA 간호사'들의 업무범위가 갈 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간호사들의 업무지침을 확대하면서 전공의가 이탈한 진료 환경을 메우려하고 있지만, 간호사들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21일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 이달 18일까지 접수된 애로사항 건수는 233건으로 이 중 약 24%는 PA간호사들의 호소였다. 신고 내용은 대부분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주고, 법적 보호를 재확인해달라는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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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에 환자가 보호자가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업무 분담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하던 일이 늘어나거나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각자 맡은 업무 분담 등이 있는데 지금은 교수와 간호사만 남아 있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이 사태를 초래한 건 정부와 의사들인데 '결국 책임은 고스란히 간호사한테 떠맡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하곤 한다"며 "환자들도 간호사를 믿지 않아 항의는 물론, 업무만 과중돼 피로도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간호사 C씨는 환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C씨는 "간호사의 의료 행위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안감은 크다"며 "협회는 긍정적이겠지만 수술, 시술 부작용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데도 업무를 맡고 있어 환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한 간호사들은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 조속히 전공의들이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의료인의 제1원칙이 국민 생명 보호"라며 "그런 차원에서 전공의들은 복귀 먼저 하고 대화는 그 다음에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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