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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가져간 ‘백제의 미소’..., 95년 만에 한국 땅 밟는다

日이 가져간 ‘백제의 미소’..., 95년 만에 한국 땅 밟는다

기사승인 2024. 03. 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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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동아시아 불교미술展
금동 관음보살 입상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호암미술관
계란형 얼굴에 오똑한 콧날, 입꼬리를 올려 은은하게 짓는 미소가 우아하다. 청년의 형상으로 왼손에 정병을 들었으며 어깨와 허리를 살짝 비튼 삼곡 자세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곡선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제의 미소'라는 별칭이 붙은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 얘기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던 이 불상이 95년 만에 고국 땅에 돌아와 일반에 공개된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이 27일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개막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큐레이터는 지난 25일 언론공개회에서 "동아시아 불교미술이 여성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여성은 불교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길래 맹렬히 불교에 귀의했는지, 이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기획전이다. 국내외 27개 컬렉션이 소장한 불화, 불상, 사경, 나전경함(두루마리 형태의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상자), 자수, 도자기 등 90여 건이 소개된다. 국내 소장품으로는 리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곳 소장처의 국보 1건(장곡사 금동여래좌상 복장물)과 보물 10건 등 40건이 출품됐다. 이 중에는 미공개작인 16세기 '궁중숭불도' 등 '이건희 컬렉션' 9건도 포함됐다. 해외의 불교 미술품들도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 4개 기관, 영국박물관 등 유럽 3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의 11개 소장처에서 빌려 온 52건도 전시된다.

7세기 중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26.7cm의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은 금동반가사유상(국보)과 함께 고대 불상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1907년 부여 규암리 절터에서 출토돼 1929년 대구에서 전시된 이후 일본인 소장가 손에 들어가며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문화재청이 2018년 일본 개인 소장가와 환수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됐다. 당시 문화재청은 최대 42억원을 제시했지만 일본인 개인 소장가는 15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암미술관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를 위해 빌려온 것으로 대구 전시 이후 95년만에 관람객을 만난다.

전시 전경
호암미술관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호암미술관
15세기 조선 불전도 세트인 '석가탄생도'와 '석가출가도'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한 공간에 걸린다. 각각 일본 혼가쿠지, 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품이다. 석가탄생도에는 출산 직후 마야부인이 대좌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정수리 위 봉황 장식과 가체가 조선 왕실의 여성을 연상시킨다. 석가출가도에는 태자의 출가를 알고 깊이 슬퍼하는 아버지와 아내의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인 조선시대 불화 '석가여래삼존도'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보물 '약사여래삼존도'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이들은 조선 문정왕후가 조성해 1565년 점안한 400폭 불화 중 일부다. 이 외에도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수월관음보살도' 등 9건은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석가여래삼존도' 등 해외 소장품 47건도 국내에서 처음 전시된다. 6월 16일까지.

1_1_01_석가탄생도_혼가쿠지
석가탄생도(조선, 15세기, 혼가쿠지 소장)./호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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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출가도(조선, 15세기, 쾰른동아시아미술관)./호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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