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아투포커스] ‘사회경험 부족한’ 20대 노린 그놈들…그들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아투포커스] ‘사회경험 부족한’ 20대 노린 그놈들…그들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기사승인 2024. 06. 11. 17:1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대 이하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 증가
경찰, 2030 대상 숏폼으로 보이스피싱 예방법 홍보
아투포커스
#지난달 30일 서울 개봉동의 한 시중은행 직원으로부터 20대 남성이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려 한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남성을 무려 40분간 설득했다. 당시 이 남성은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다는 의심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해당 남성의 폰에는 악성 앱이 설치돼 있었다.

사회 초년생인 20대들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사회 경험이 적어 경찰, 검찰, 금감원 등으로 가장해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면 속이기 쉽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기관사칭형 피해자 가운데 사회초년생인 20대 이하는 지난해 기준 8494명으로 전년(6196명) 대비 37.08% 증가했다. 이들은 정부·기관사칭형 사기수법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사칭형은 수사 기관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회초년생들이 범행대상이 된 배경에는 온라인·비대면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과 함께 다소 부족한 사회경험으로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에 속절없이 당한다는 특징이 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의 경우 대부분 자신의 수사관이라고 칭하면서 "휴대전화가 도용돼 대포통장이 만들어졌다"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됐는지 확인해야 하니 지금 보내준 앱을 설치해달라"고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회초년생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기관사칭형 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다 강력한 처벌과 함께 피해금액 환수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보이스피싱 범죄는 △기관사칭형 △대출사기형 △납치빙자형 △메신저피싱형 △몸캠피싱형 등 5가지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사회초년생 대부분이 기관사칭형에 취약한 면모를 보이지만 다른 형태의 보이스피싱에도 속절없이 걸려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범죄 역시 날로 교묘해져 피해자가 의심을 해도 허위 형사사법 포털 사이트에서 만든 공소장이나 구속영장을 보내 의심을 거두도록 한다. 또 피해자의 금융정보 등을 얻어낸 뒤에는 채팅 내용과 통화 기록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피해자를 구제해주겠다며 금융감독원 민원실 담당자와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속이는 수법도 있다. 검찰과 금감원 모두를 사칭해 양 기관에서 번갈아 전화하며 속이기도 해 피해자들은 꼼짝도 못하고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개설 △해외직구 결제 △택배 도착 알림 △소상공인 지원 △저금리 대출 △청첩장·부고 △고수익 투자상품 소개 등 소재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만약 해당 문자 속 링크를 눌러 악성 앱에 감염되면 저장된 연락처·사진·파일 등이 모조리 탈취되고 범인은 휴대전화 카메라와 녹음 기능은 물론 위치 파악, 전화 가로채기 등을 활용해 피해자를 완전히 믿도록 만들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검찰, 금감원 등을 사칭하면 의심부터 하지만 20~30대는 부족한 사회경험 탓에 오히려 의심을 잘 하지 못한다"며 "오픈 뱅킹 등 온라인 금융 서비스 등을 쉽게 다룬다는 점도 보이스피싱에 속아 넘어가기 쉬운 요인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악성앱으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 SNS(소셜미디어)에서 숏폼 등으로 2030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법 홍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보이스피싱 전담부서인 '피싱범죄수사계'도 신설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강력한 처벌과 피해금액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20대 입맛에 맞춰 보이스피싱도 진화하고 있다. 이들의 상황에 맞게 각종 범죄 시나리오가 써지는 것 같다"며 "전화 뿐 아니라 SNS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어 20대들이 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인지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범죄는 돈을 쉽게 갈취하는데 반해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는 매우 어렵다"며 "신고 접수와 동시에 형사 입건하고 환수 추적까지 이뤄져 처벌도 엄하게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해외 기관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