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만찬 회동이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 양측은 당초 오는 30일 만찬을 하면서 국정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 의견을 표출하면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고, 그래서 양측 회동이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최근 한 대표가 입장을 내는 현안들을 보면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여 당정 갈등이 점차 표면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는 페이스북에 "2026년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예 입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당정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 참여 '당정대협의회'에서도 유예 의견을 표명했다.
한 대표는 이미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제안해서 수사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특검을 한다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취한 바 있는 데다 윤 대통령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복권 조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런 한 대표의 최근 행보들 역시 윤 정부 방향에 맞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여야 영수회담 시 생중계하자고 했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 핑계를 내세우자 생중계를 철회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최근 한 대표가 윤 정부의 강력한 의료 개혁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윤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차기 대권을 겨냥해 '윤-한' 갈등을 만들어 윤 대통령을 깎아내려 애쓰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가 한 대표의 유예 제안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당정 갈등설이 점차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쳐놓은 윤-한 떼어놓기 프레임에 한 대표가 걸려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가려면 당정이 호흡을 잘 맞춰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당 대표가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는 것은 이런 역학 구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여당 대표는 무엇보다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입법이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협력하거나 흔들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정 모두에 매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한 대표는 깊이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