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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넘쳐나는 ‘마약 진단키트’… 수사회피용 악용 우려

시중에 넘쳐나는 ‘마약 진단키트’… 수사회피용 악용 우려

기사승인 2024. 09. 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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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등서 범죄 예방 목적으로 판매
마약 검출 여부 미리 판단할 수 있어
"오히려 마약 접근성 높인다" 지적
전문가 "불법 아니지만 악용 소지 有"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마약 진단키트가 자칫 마약 상습 투약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범죄 예방 목적으로 판매 중이지만 온라인 포털에서 검색만 하면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오히려 마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국내 주요 포털에서 '마약 진단키트'라고 키워드를 검색하면 5만원 이하의 다소 저렴한 것부터 10만원 이상의 고가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 설명란에는 해당 진단키트를 사용하면 일반적인 마약은 물론, 이른바 '물뽕'으로 불리는 'GHB·감마하이드록시낙산', 그리고 엑스터시 등 각종 마약의 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검사 방법도 소변이나 머리카락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GHB를 이용한 성범죄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현장에서 곧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술집이나 클럽 등에서 의도치 않게 GHB에 노출돼 기억을 잃었다는 증언이 적지 않다.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습.
시중에서 판매 중인 마약 진단키트는 원래 의도치 않은 마약 투약 피해를 확인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마약 사범들이 악용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수사를 회피하고자 미리 진단키트를 사용하는 식이다.

최근 텔레그램의 한 단체채팅방에서는 현재 경찰이 실제 사용 중이라는 간이 검사기를 개당 15만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 단체채팅방에서는 미리 검사해보고 음성이 나올 때까지 수사기관 출석을 미루면 된다는 조언을 덧붙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이 사용 중인 진단키트는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이 아니라서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마약 진단키트 사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악용 소지는 다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치 음주측정기계를 들고 다니는 사람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해 음주측정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음주운전을 오히려 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라며 "다만 마약을 검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다는 착각 때문에 마약을 더 많이 접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마약은 음주운전과 달리 일정 기준 이상이 아니라 복용 그 자체로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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