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KR20210206025700009_01_i_P2 | 0 | 골프 스윙 준비하는 셰퍼드 선장/ AP NAS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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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니 달(月)) 이야기를 한 번 더 하자. 이번에는 골프 이야기다.
잭 니클라 우스도 톰 왓슨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무릎을 쳤다는 골프 서적이 있다. '골프가 안되는 101가지 이유'라는 전설의 명저다. 이 책 중간에 '비거리에 집착하자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비거리에 집착하다 보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한 두 번은 볼이 멀리 갈지 몰라도 '누적 종합거리'에서는 결국 손해를 본다는 충고였다.
그래도 모든 골퍼는 비거리에 집착한다. '모든'이라는 단어는 단정적 이다. 그래서 신문 칼럼에 적절한 어휘가 아니지만 기어이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인류는 달에 가서도 비거리를 과장하기 때문이다.
아폴로 14호는 3번째로 달에 착륙한 우주선이며 선장 앨런 셰퍼드(Alan Bartlett Shepard. Jr)는 역사상 5번째로 달에 발을 디딘 지구인이다. "참으로 길었지만 마침내 왔다"가 그의 달 착륙 후 첫마디다. 1971년 2월 5일이었다.
그는 골프광이었다. 인류 최장타를 날리겠다는 일념으로, 6번 아이언과 골프공 2개를 우주선에 실었다. 윌슨사가 특별히 제작한 접이식 아이언이었다. 우주복을 벗을 수 없어 한 손으로 쳤는데 첫 번째 볼은 뒷땅. 지구 우주본부 모니터링팀도 '슬라이스가 난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볼은 정면으로 향했다. 본인 이 '한 없이 날아간다(miles and miles and miles)'라고 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TV로 중계되었다. 웨스팅하우스에서 제작한 '달 촬영용 특수 컬러TV 카메라'로 방송을 하는 것이 아폴로 14호의 제1임무였기 때문이다. 통신과 방송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측정하고 보여주는 퍼포먼스였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볼 수 있다. 제2임무는 월석 채취였고 달착륙선 조종사 에드거 미첼과 그는 약 45kg의 월석을 손수레에 담아 옮겼다. 달에서 손수레를 사용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그리고 골프. 앨런 셰퍼드가 달 표면 에 머문 시간은 무려 9시간 22분이다
지구로 귀환하니,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 골프규칙위원회에서 보낸 편지 한 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류 사상 가장 장거리샷을 날리신 것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귀하께서는 '벙 커샷을 한 후 벙커를 정리하고 홀아웃 해야한다'라는 골프 규칙을 잊으셨던 듯 합니다. 따라서 본 위원회는 귀하의 기록을 공인할 수 없음을 유감스럽게 생 각하는 바입니다."
2021년 2월 BBC가 고화질 달표면 사진을 분석해 정밀하게 셰퍼드가 날린 샷의 비거리를 측정했다. 1구는 24야드, 2구는 40야드에 불과했다. 둘 다 '정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셰퍼드는 성공했다. '지구 밖에서 행해진 첫 스포츠'의 영광을 골프에게 바쳤기 때문이다.
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모든 골퍼가 무릎을 쳤다는 책 속의 내용이 궁금 하시다고? 바로 알려드린다. 골프가 안되는 101번째 이유: 이상하게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