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자산 증식'을 위한 대선후보들의 증시 활성화 관련 공약이 눈에 띈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코스피 5000시대'를 위해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고, 상장회사의 전자투표제 도입 의무화 등을 발표했다. 특히 불공정거래에 강력 대응해 주가 조작 세력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 투명하고 공정한 주식시장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 후보는 선진화된 주식시장이 된다면 부동산 위주의 자산 성격도 바뀌게 될 뿐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현상도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변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중산층 자산형성'과 '세제 혜택'에 초점을 맞췄다. 장기주식 또는 펀드 보유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해 단기투자 세력을 줄이고 장기투자 문화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납부한도와 비과세 한도도 각각 연 4000만원, 1000만원까지 확대하고 상속세제 개편과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비상장 중소기업까지 주주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에 한해서만 강화하고 있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과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주주이익 보호에 나서야 한다며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허용하겠다는 의견은 두 후보 모두 일치한다. 미국·독일·홍콩 등 해외 주요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제도권으로 편입시킨 만큼, 국내서도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현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의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선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그에 따른 제도적 논의가 상당 수준으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의 허용 범위를 비트코인만 허용할지 그 외의 다수의 가상자산까지 허용할지 등에 대한 기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후보와 김 후보는 10대 정책 공약을 통해 증시 부양을 통한 '경제 성장'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이 후보는 증시 유동성 확대를 위해 상장기업 특성에 따른 주식시장 재편 및 주주환원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 주가 조작 세력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불공정거래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투자자 유입 확대를 위한 제도 정비와 함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상법 개정안이다. 앞서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자산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선진화된 주식시장이 필요하다"면서 "국민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인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며 "소액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은 앞서 재계와 국민의힘 반대로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는데 이 후보가 당선되면 다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게 골자인데, 민주당은 주식시장 투명화와 소액주주들을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근에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코스피 5000시대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 중에 있으며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또 "임직원과 대주주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고 단기차익 실현 환수를 강화하겠다"며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이익 환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상장사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던 방안에서 나아가 자사주 소각까지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자사주를 매입한 후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수를 줄이는 소각까지 진행돼야 주가가 상승해, 일반 주주들에도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내부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활용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기존보다 강한 처벌과 제재가 부과될 방침이다.
김 후보는 중산층 비율 확대를 위해 장기주식이나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단기 투자세력들이 장기투자자로 전환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조치다. ISA에 대한 납부 한도와 비과세 한도도 연 4000만원, 연 1000만원으로 확대하고 상속세제 개편과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약속했다.
배당소득세 폐지의 경우, 현재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쳐 연 2000만원까지 분리과세를 하는데,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김 후보가 당선된다면 해당 기준이 5000만원까지 확대돼 배당 소득을 부과하지 않고, 5000만원을 넘길 경우 20%까지만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후보는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하는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비상장 중소기업까지 대상으로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에 한해서만 주주보호 의무를 강화하기 때문에 경제계가 더 선호하는 방안이다.
두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선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가상자산 현물 ETF가 도입되려면 금융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해야 하는데,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큰 만큼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가상자산의 허용 범위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만 허용할지 이외 가상자산까지 허용한다면 어느 수준으로 기준을 정할지에 대해서 등이다. 어떤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ETF를 투자하게 될 지, 또 ETF로 상품을 만들 경우에 채권을 70% 이상으로 구상한다면 이를 안전자산이라고 봐야할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대내외적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도입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어떤 자산까지 제도권으로 인정할건지, 또 '김치 프리미엄'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당국자들의 상당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두 후보의 증시 활성화를 위한 공약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 부양을 위한 기업들의 꾸준한 이익 실현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 "주식시장을 부양하려면 전제 조건으로서 자본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공약들을 보면 자본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며 "근본적으로 기업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특정 산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정책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코스피 4000이든 5000이든 밸류업을 하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어떻게 할 것인데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구체적인 답이 없는 건 사실"이라며 "최근 워낙 주식 투자자들이 많아지다보니 표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을 남발하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