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18.3%…유성티엔에스 뒤이어
일각에선 “이봉관 회장 승계 사전작업”
에플이엔씨 지분 11%대로 늘려
|
세 딸 모두 서희건설에서 보직을 맡고 있다. 장녀 이은희 부사장은 통합구매본부총괄을, 차녀인 이성희 전무는 재무본부총괄을, 막내딸인 이도희 실장은 미래사업총괄을 맡고 있는데 이 회장은 이들 중 가장 능력이 출중한 자녀에게 경영권을 맡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서희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6월 의약품 도소매업 계열사 미래팜의 지분 40%를 이은희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는 애플이엔씨에 매각했다. 사업영역 확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애플이엔씨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이엔씨는 지배구조에서 벗어난 회사지만, 오너가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인 데다 서희건설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서 향후 승계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애플이엔씨 가치가 오를수록 승계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일부 지분을 인수한 미래팜은 2023년 설립 후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시장 안착에 성공한 상태다. 올 1분기에도 순이익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애플이엔씨는 지난해 3월 서희건설 지분 10.08%를 매입한 후 같은 해 8월 16일까지 지분율을 11.91%까지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서희건설이 애플이엔씨를 집중 육성하면서 이 부사장의 영향력도 커진 것도, 정식 후계자를 선택하기 전에 진행하는 사전 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희건설은 비슷한 시기에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지분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8월 20일부터 같은 해 10월 18일까지 자사주 지분율을 10.74%에서 16.63%로 끌어올린 뒤, 같은 해 12월 5일부터 올해 2월 6일까지 약 509만주를 매입하며 자사주 지분율을 18.35%까지 늘렸다. 이는 올해 3월 말 기준 운송업체 유성티엔에스(29.0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분율이다.
이 부사장은 개인 자격 또는 애플이엔씨 등을 활용해 서희건설이 보유한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매입할 경우 단숨에 유력 후계자로 굳힐 수 있다. 이날 기준으로 서희건설 자사주를 모두 사들이는 데 약 740억원이 필요한데, 이 부사장 입장에선 은행 대출, 개인 소득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일자산관리앤투자의 경우도 개인 주주로 보면 이 부사장(20.66%)이 이성희 전무(17.36%), 이도희 실장(11.57%)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주요 이벤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서희건설 내 이 부사장의 급부상이다. 실제 서희건설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한일자산관리앤투자→유앤티엔에스→서희건설→한일자산관리앤투자 등의 순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띠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열쇠가 되는 회사는 애플이엔씨다. 이 부사장은 애플이엔씨를 통해 서희건설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미래팜 지분 확보를 통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향후 이 부사장은 애플이엔씨의 가치가 높을 때 일부 지분을 매각해 서희건설 자사주를 매입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는 이 부사장이 정식 후계자로 등극한 후 서희건설을 장악하고, 나머지 업체들의 경영권도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같이 서희건설의 승계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엔 고령(1945년생)의 이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더 이상 승계를 미룰 수 없는 상태다. 반면 이 회장의 세 자녀가 보유한 서희건설 지분율은 △이 부사장 0.81% △이성희 전무 0.72% △이도희 실장 0.72% 등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가장 능력 있는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원칙을 내세운 만큼, 세 자매는 각자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승계를 위한 전제조건은 서희건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인데, 이 전제조건에서 보면 이 부사장은 승계 구도에서 한 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통합구매본부총괄인 이 부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 중 하나는 비용관리도 포함돼 있다. 그는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관리비를 더한 총비용을 관리하면서, 원가율 개선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총비용 중 용지·원재료·저장품 사용액 비중을 23%대(2022년)에서 25%대(2024년)를 유지한 덕분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금리·환율 인상, 고금리 장기화, 원자재비·인건비 상승 등 건설업 전반의 어려움속에서도 159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지속적인 원가절감 등 경영 개선 노력을 통해 고금리와 자잿값 상승 등 악조건에서도 원가율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