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앞은 이른 시간부터 축제를 찾은 모험가들로 길게 늘어섰다. 추운 날씨에도 반짝이는 에코백과 한 손에 쥔 굿즈 박스, 던파 로고 후드티가 줄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그래, 이게 연중 최대 축제지”라는 실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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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험가들 / 사진=김동욱 기자
서비스 20주년을 맞이한 ‘2025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이하 던파 페스티벌)’이 드디어 막을 올린 순간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20th ANNIVERSARY’라는 이름답게 규모부터 남다르다. 넥슨은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과 7A홀, 두 개 전시장을 통째로 빌려 역대 최대급 현장 체험형 행사를 꾸렸다. 지정 좌석 대신 전 구역을 자유롭게 누비는 방식이라 입장 팔찌를 찬 모험가들은 자신만의 동선을 짜며 하루 종일 축제장을 탐험했다.
■ ‘아라드의 심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10홀은 역사의 현장
메인 전시장인 10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지는 20주년 엠블럼과 대형 일러스트가 맞이한다. 지난 20년 동안 업데이트를 거듭해 온 아라드의 역사가 한 폭의 판넬처럼 펼쳐져 있어 들어서자마자 카메라 챙기기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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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파 20주년 엠블럼 / 사진= 김동욱 기자
곳곳에 배치된 설치물과 포토존에서는 모험가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서로 장비, 추억, 공략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홀 중앙에는 ‘History of ARAD’ 미디어 아트 전시가 자리했다. 초창기 도트 그래픽 화면과 과거 이벤트 일러스트, 굵직한 대형 업데이트 타이틀이 영상과 패널로 이어지며, 한 시대를 함께 보낸 팬들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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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 사진=김동욱 기자
넥슨이 준비한 연대기표는 유저들의 플레이 기록을 시각화한 거대한 추억 앨범에 가까웠다.
바로 옆 체험존에서는 ‘모험가 vs 스노우메이지’ 등 미니게임 부스가 줄지어 모험가들을 맞이했다. 간단한 조작으로 즐길 수 있지만 게이머들이 모인만큼 현장에서는 순식간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지급되는 스탬프와 보상이 쌓일수록 줄 뒤쪽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 직접 꾸미는 축제, 플레이마켓과 굿즈존 개성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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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험가들 / 사진=김동욱 기자
올해 페스티벌의 색깔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공간은 단연 ‘플레이마켓 시즌 7’이다.
팬 아트, 굿즈, 소품, 팬북까지, 모험가들이 직접 만든 2차 창작물들이 작은 상점으로 변신해 하나의 거리를 이룬다. 셀러 부스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 추억을 회상하며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속속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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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트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 / 사진=김동욱 기자
굿즈 스토어 역시 장사진이 끊기지 않았다. 20주년을 기념해 준비된 한정 피규어, 직업군 별 아크릴 스탠드, 8비트 감성의 ‘파핑파핑 진:모험가’ 크리쳐 상품 등은 진열대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품절 안내가 붙었다.
■ 다가올 미래 ‘DNF 유니버스 EX’로 확장된 세계가 펼쳐진다!
10홀이 과거와 현재의 던파를 보여줬다면 7A홀은 IP 확장과 미래를 향한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 이른바 ‘DNF Universe EX’ 컨셉의 전시 공간에는 애니메이션, 외전 프로젝트, 콜라보 작업 등이 한데 모여 하나의 거대한 멀티버스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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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무대 리허설 모습 / 사진=김동욱 기자
특히 콘서트와 OST를 테마로 한 구역에서는 던파 특유의 사운드 트랙을 실연으로 들려주는 무대 리허설이 이어졌다. 현장을 스쳐 지나가던 관람객들도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고, 친숙한 보스전 테마가 라이브 밴드 연주로 흘러나오자 본 공연이 아님에도 박수와 함성이 자연스럽게 터졌다.
■ “20년 동지들, 같은 곳을 바라보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를 알아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길드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온 일행, 부모와 함께 입장한 초등학생, 예전에 함께 레이드 돌던 파티원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는 사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만든 관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교차했다.
한 모험가는 “예전 PC방에서 밤새 안톤 돌던 멤버랑 여기서 다시 셋이 모였다”며 “게임 하나를 이렇게 오래 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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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전경 / 사진=김동욱 기자
20년 전, 작은 2D 액션 게임으로 출발했던 ‘던전앤파이터’는 이제 수만 명이 한자리에 모여 생일을 축하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가 됐다.
‘던파 페스티벌: 20th ANNIVERSARY’는 그 긴 여정의 중간 결산이자 앞으로 또 다른 10년, 20년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리고 그 선언의 한가운데에는 여전히 오늘도 아라드를 달리고 있는 모험가들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