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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베네수엘라 장기 통제’ 구상에 상원 제동… 공화당서도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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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09. 07:10

상원, 전쟁권한 결의안 상정 52대47 가결… 공화당 5명 민주당과 찬성
대통령 전쟁권한 견제
트럼프 "찬성 공화당 의원, 부끄러해야...공직 선출 안돼"
US-VENEZUELA-CONFLICT-POLITICS-CONGRESS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추가 군사 행동을 차단하는 전쟁권한결의안 가결 후 기자회견를 갖고 있다./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장기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자, 연방 상원이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본회의에 올리며 제동을 걸었다.

특히 여당인 공화당에서 중진을 포함한 5명의 상원의원이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지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독단적 대외 행보에 대한 피로감이 여당 내부에서도 표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국 상원은 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을 의회의 사전 승인 대상으로 규정하는 '전쟁 권한 결의안(War Powers Resolution)'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묻는 절차 표결을 실시해 찬성 52표·반대 47표로 가결했다.

이번 결의안은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주)와 팀 케인 의원(버지니아주), 공화당의 랜드 폴 의원(컨터키주)이 공동 발의했으며,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미군이 추가적인 적대 행위를 벌이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공화당 5인 이탈… "정권 교체 성격이면 의회 승인 필요"

공화당이 53석으로 과반을 점한 상원에서 나온 이 같은 결과는 이례적이다. 공동 발의자인 랜드 폴 의원을 비롯해 수전 콜린스(메인주)·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주)·토드 영(인디애나주)·조시 홀리(미주리주) 등 공화당 상원의원 5명이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의 이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직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관리·감독하며 석유 수익을 통제하는 기간이 1년을 넘어 "훨씬 더 오래(much longer)"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홀리 의원은 "군사 작전의 본질이 정권 교체라면 그것은 전쟁과 다르지 않다"며 "그런 결정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콜린스 의원도 "지상군 투입 가능성과 베네수엘라를 장기간 관리·운영하는 구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결의안은 '전쟁 권한법'에 따라 '특권적 조치(privileged measure)'로 분류돼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한 60표가 아닌 단순 과반으로 상정이 가능했다.

마두로 부부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두시키기 위해 헬기에서 연행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부끄러운 투표" 격앙… 지도부는 확전 차단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직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을 방어할 권한을 빼앗으려 민주당에 동조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이들은 다시는 공직에 선출돼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표결이 "미국의 자위권과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사태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강하게 느낀 사안에 대한 즉각적인 감정 표출"로 평가하며 진화에 나섰다. 특히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메인주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콜린스 의원의 존재가 상원 다수당 유지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 등 공화당 주류는 행정부의 논리를 옹호하며 "이번 작전은 전쟁이 아닌 마두로 체포를 위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 법제화 가능성 낮지만… 외교·에너지 전선으로 확대

결의안이 상원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더라도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을 넘어야 하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크다.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법제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장악 전략을 외교·에너지 전선으로 확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엑손모빌·셰브런·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불러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병든 사람'이라 비난했던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인접국과의 긴장을 완화해 중남미 전반에서의 전략적 부담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임시 정부를 이끄는 델시 로드리게스 측이 정치범 석방 등 유화적 조치를 시사하고 있지만, 미국 의회의 이번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대외 정책에 대한 견제 심리가 제도권 안에서도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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