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12개 공장 건설 TSMC,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가속
WSJ "실리콘 방패 균열"…대만 안보, 반도체에서 정치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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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한 TSMC의 투자가 대만이라는 지정학적 한계를 넘어 미국 중심의 공급망으로 점진적으로 편입되는 역사적 전환점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 미·대만 무역합의, 단순 투자가 아닌 생존 위한 전략적 대전환
WSJ는 미국이 대만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가로 대만 기업의 2500억달러 직접 투자, 미국 투자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만 정부의 2500억달러 보증을 골자로 한 이번 합의가 단순한 관세 협상이 아닌, 대만과 트럼프 행정부 간의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거래로 평가했다.
신문은 총 5000억달러에 이르는 대만의 대(對)미국 투자가 "오랫동안 논의돼 온 지리적 다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기회"라며 TSMC에게 이번 합의는 미국의 압박에 의한 희생이 아니라, 엔비디아·애플 등 핵심 고객이 있는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중국의 침공 위협으로부터 자산을 분산시키려는 TSMC 자체의 '생존 본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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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수 개의 새로운 팹을 건설해 주 내 전체 공장 규모를 약 12개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계획에는 로직 칩 생산 시설과 패키징 공장까지 포함돼 있어 거대한 반도체 생산기지가 미국 본토에 구축되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TSMC의 미국 내 생산 규모가 두 배가 될 것"이라며 "대만 전체 반도체 공급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한 발언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해석된다.
◇ 대만 넘어선 '독자적 권한 보유' TSMC...대만 50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실체
WSJ는 "TSMC가 대만 자체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 강자로 부상했다"며 대미 투자로 위상이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TSMC가 이제 대만 정부의 통제나 국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더 이상 '대만만의 기업'이 아닌 '미국 중심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인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독자적인 생존 논리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WSJ는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액과 비교하며 논란이 됐던 5000억달러와 관련, "그 합계에는 TSMC가 6개의 신규 공장을 위해 이미 약속한 1650억달러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롄셴밍(連賢明) 대만 중화경제연구원장도 "기업 투자와 정부 보증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두 금액을 합쳐 5000억달러에 달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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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WSJ는 이번 합의가 대만의 안보 프레임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진단한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절대적 비중이 중국의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유사시 미국 개입을 유도한다는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 발상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균열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TSMC가 대만에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를 위해 미국이 대만을 지킬 것"이라고 믿었으나, 이제는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호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WSJ는 지적했다.
러트닉 장관은 15일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대통령이 그들의 나라를 지키는 열쇠이므로, 그들은 그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TSMC의 미국 이전이 확대될수록,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공급처'로서 갖는 전략적 가치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보험의 역설(paradox)'로 해석된다.
◇ 대만 내부의 분열 "대만을 팔아넘기는가"...첨단 반도체 공급망 중심, 2030년 중반까지 대만
이러한 급격한 미국 쏠림은 대만 내부와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평가들은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미국이 TSMC의 생산 능력을 너무 많이 가져가게 함으로써 대만의 안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한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라이 총통이 '대만을 팔아먹는 전문가'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WSJ는 미국이 공장 건설의 난이도와 비용, 인력 문제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대만이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첨단 생산의 대부분은 적어도 2030년대 중반까지는 대만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위스콘신-매디슨대의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 매트 사이츠 국장은 미국이 대만을 보조할 수 있는 유의미한 생산 기지를 갖추는 시점을 2030년대 중반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해상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세계 경제가 멈추지 않고 이를 견뎌낼 수 있는 '완전한 자립' 시점을 2050년경이나 그 이후로 각각 내다봤다.
TSMC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보험'이자, 미국에는 공급망 안보를 위한 '첫걸음'일 뿐, '실리콘 방패'가 즉각적으로 사라지거나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단번에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