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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장관 “미국서 생산되지 않는 메모리에 100% 관세”...한국, 대만 기준 자동 적용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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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18. 03:22

트럼프 행정부, 한국엔 '별도 협상' 통한 고강도 투자 요구 공식화
블룸버그 "한국 기업, 대만 수준 투자 압박"
미 반도체 관세, 1단계 제한적이나 2단계 '진짜 위기'
민관 총력 대응
Trump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AP·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를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닌 '국가안보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관세를 산업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대한 분수령에 섰다.

미국은 반도체 관세와 그 면제 기준을 국가별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경쟁국인 대만과 동일한 면제 기준을 자동으로 적용받지 못한 채, 미국의 거센 투자 압박과 '청구서'를 놓고 독자적인 협상 국면에 본격 진입하게 됐다.

◇ 러트닉 美 상무장관 "미국서 생산되지 않는 메모리에 100% 관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마이크론(Micron) 신규 반도체 공장 착공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콕 집어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100%의 관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든 기업은 이제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build in America·공장을 짓는) 것이다. 이것이 산업 정책이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전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는 100%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D램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유일한 미국 기업이다. 러트닉 장관은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안방에서 한국 기업들을 향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SK HYNIX-CHIPS/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로이터통신 사무실에 전시된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 칩(HBM4)으로 13일(현지시간) 찍은 사진./로이터·연합
◇ 블룸버그 "한국 기업, 대만과 동일한 투자 압박"

블룸버그는 러트닉 장관 발언과 관련, "대만과의 합의에 따른 잠재적 관세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존 약속을 넘어 얼마나 더 지출하기로 합의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전면 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각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 내 생산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교역국들과 협상을 진행해 미국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미국 공급망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관세 상쇄(tariff offset) 프로그램'을 통해 우대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러트닉 김정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시 예술의 전당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가운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뒷줄 왼쪽 여섯번째)·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네번째)·최태원 SK그룹 회장(다섯번째)·구광모 LG그룹 회장(세번째) 등 국내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밋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산업통상부 제공
◇ 트럼프 행정부, 대만은 '투자 조건부 면제'… 한국은 '별도 협상'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15일 대만과의 무역 합의를 통해 '투자 연계형 관세 유예·감면' 모델을 확립했다.

합의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반도체 생산능력을 신설하는 대만 기업에 대해 △ 건설 기간 중 현재 생산능력의 2.5배 △ 완공 후 신규 생산능력의 1.5배까지 무관세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경쟁국(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약속받았으나, 미국 정부는 이를 자동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16일 '대만의 면제 기준이 한국에도 적용되느냐'는 국내 언론 질의에 "국가별로 별도의 합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한국이 '대만 모델'의 혜택을 받으려면, 별도의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만의 '기여도'를 증명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이 약속한 2500억달러(약 350조원) 규모의 투자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청구서'가 한국 기업에 날아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발표한 수십조 원 단위의 대미 투자 계획 외에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러트닉 김정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10월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포옹하고 있다./연합
◇ 업계 "첨단 칩 한정·예외 규정으로 당장은 안도...2단계 광범위 관세, 진짜 위기"
한국 정부, 232조 대응 긴급 가동 "정부·기업, 원팀 대응"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는 15일 오전 전날 발표된 미국 백악관의 반도체 및 핵심광물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대한 대응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상 차관보·첨단산업 정책관·자원산업 정책관 등 관계 국장과 주미대사관 상무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조치의 주요 내용과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반도체(2025년 4월 1일) 및 핵심광물(2025년 4월 22일)에 대한 232조 조사 개시 이후 의견서 제출(5월 6일·5월 15일) 등 대응 활동을 점검하고,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총력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산업부가 전했다.

이날 오후 김성열 산업성장 실장 주재로 열린 반도체 업계 간담회 분석에 따르면, 15일 0시부터 발효된 미국의 '1단계 조치'는 한국 업계에 당장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조치'의 대상 품목은 엔비디아 H200·AMD MI325X 등 특정 첨단 컴퓨팅 칩에 한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미국 내 데이터센터용·유지 및 보수용·연구개발(R&D)용·소비자 전자기기용 등에 대해 예외 규정을 적용한다.

정부는 "관세 대상이 한국 주력인 메모리가 아닌 비메모리(로직) 칩에 집중됐고, 예외 규정이 폭넓어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예고한 '2단계 조치'는 반도체 전 품목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100%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거나, 한국 기업들이 '관세 상쇄 프로그램' 혜택을 받기 위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투자를 강요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업계는 2단계 조치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정부가 업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대미 협의에 적극 임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성열 실장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협력해 지혜로운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 상무부 "대만 생산능력 40% 가져오겠다" vs 전문가 "현실성 결여"

한편, 러트닉 장관은 대만과의 합의 직후 "대만 전체 반도체 공급망과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TSMC 측은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웬들 황(Wendell Huang)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투자 확대 의지를 밝히면서도 핵심은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황 CFO는 "TSMC는 미국에 직접 투자를 약속하겠지만, 대만은 여전히 최첨단 제조 기술을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첨단 공정은 대만에서 먼저 안정화한 뒤 해외 이전이 가능하며 기술 이전과 양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반도체 전문가 밥 오도널도 "공급망 이전에 일부 진전은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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