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달 넘게 부동산 관련 강력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부활 확정과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맞물리며 드디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약발을 발휘하는 것 같아 반갑다. 특히 집값 오름폭이 큰 초고가 주택일수록 양도세 중과 전 감세 혜택이 큰 데다, 향후 종부세 등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급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지난해 10·15 부동산대책에서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과천·성남시 등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꽁꽁 묶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6억원 이하로 대폭 축소했지만 집값은 잡힐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며 강력한 투기방지 의지를 피력하고, 본인이 보유 중인 분당 아파트까지 매물로 내놓자 드디어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는 물론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와 비주거용 1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세금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 역시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등록된 아파트 매물이 3월 6일 기준 7만4432개로 한 달 전에 비해 24.6% 증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물론 5월 9일 양도세 중과 부활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생기면 또다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이 투기를 억제하고 가격 거품을 걷어내 서민들의 집 장만 기회를 넓힌 것은 높이 살만하다. 당장 늘어난 매물이 실제 매매로 이어지도록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주는 보완책도 필요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3억원까지 뛰었는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무조건 제한하면 무주택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전·월세 시장 불안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으로 강하게 개입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실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인 전·월세 시장에서 거래가 급감하고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 임대주택 주(主) 공급처였던 다주택자와 주택 임대사업자들이 전·월세 대신 매매로 돌아서고 있는 데 따른 의외의 부작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4일까지 집계된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3만589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특히 전세매물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10·15부동산대책으로 전세를 낀 '갭투자'가 사실상 금지되고, 규제지역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축소되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실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월 초 1만8075건으로 한달새 15.8% 감소했다. 매물 감소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두 달 동안 1.83%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폭(0.35%)을 훌쩍 뛰어넘었다.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 격차가 날로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빠른 월세화는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많게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납부하는 현실에서 집 장만을 위한 자본축적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11년 만에 10만 가구 아래로 떨어져 전·월세난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 처방과 장기 대책을 함께 세워야 한다.
단기적으론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할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양성하는 게 시급하다. 우리나라 전체 임대주택 재고 856만 가구 가운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22.4%를,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 등 민간이 77.6%를 공급했다. 이재명 정부가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료 상승 등에 제한을 받는 등록 임대사업자도 다주택자처럼 규제를 가하겠다면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기업형도 실체가 있는 기업이 아니라 전 국민이 소액투자로 참여할 수 있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통해 전·월세 주택을 공급하는 '프로젝트 리츠' 제도가 이미 도입돼 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장 20년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신(新)유형 장기민간 임대주택' 도입 법안을 1~2년 전 여야가 비슷하게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다른 어떤 부동산 관련법보다 처리가 시급한 법안이다.
장기적으로 매매와 전·월세 시장을 동시에 안정시키는 수단은 역시 신규 주택공급을 꾸준히 늘리는 것뿐이다. 정부는 올해 1·29대책에서 서울 용산과 경기 과천·성남 등 도심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활성하기 위해 층수·용적률 규제 등을 과감하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시장에 규제의 칼날만 들이들 게 아니라 돈을 움직여서 실제 주택이 건설되고 거래될 수 있도록 햇살도 함께 내려쬐야 한다.
설진훈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