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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란봉투법, 이제는 협상의 시간...새로운 교섭 질서 설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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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3. 22. 15:29

김덕호 성균관대 RISE 사업단 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김덕호 2
김덕호 성균관대학교 RISE 사업단 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 19일 성균관대에서 진행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법률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남형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김덕호 성균관대 RISE사업단 교수·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번 개정을 한국의 다층적 고용구조가 법 제도 위로 올라온 사건으로 평가하면서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시행돼 초기 혼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지금은 대립을 반복할 때가 아니라 노사정이 새로운 교섭 질서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해석 지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업종별 교섭 모델과 공공부문 협의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조법 시행 이후 상황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노조법 개정은 한국의 다층적 고용구조가 법 위로 올라온 사건이라고 본다. 우리 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생산구조가 일반화됐고, 제조업뿐 아니라 건설·물류·플랫폼·돌봄 같은 공공서비스 영역까지 이런 구조가 넓어졌다. 그런데 노동조합 체계는 상대적으로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그 과정에서 내부 노동시장과 외부 노동시장 사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번 개정은 결국 그 간극을 줄이고, 노사관계 제도 안으로 다층 고용구조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본다.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런 큰 제도 변화는 원래 사전에 상당한 사회적 논의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누가 사용자냐, 어디까지가 교섭 대상이냐, 기존 교섭 질서와는 어떻게 맞물리느냐 같은 문제가 한꺼번에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혼선은 예고된 측면이 있다. 이미 시행 직후부터 교섭 요구가 대거 몰렸고, 노사 모두가 새 제도의 경계를 탐색하고 있다. 지금은 일종의 '교섭의 과부하 상태'라고 볼 수 있고, 이제는 갈등을 반복하기보다 협상의 시간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원청들이 곧바로 공고하지 않고 사용자성 검토나 노동위원회 판단으로 넘기는 흐름은 어떻게 봐야 하나.

"예상된 수순이라고 본다. 정부가 해석 지침을 내놓았지만 업종과 사업장마다 구조가 다르고, 실질적 지배·결정의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조선과 물류, 자동차와 돌봄 서비스는 원청과 하청의 관계 방식이 다르고, 원청이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영향력의 형태도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곧바로 사용자성을 인정하기보다 노동위원회 판단을 통해 법적 기준을 확보하려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걸 무조건 교섭 회피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새 법이 막 시행된 상황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치게 시간을 끌거나 절차를 방어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초기 국면에선 상당수 사업장이 노동위 판단을 확인하려는 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앞으로 노동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결국 현장 교섭 사례와 노동위 판단이 축적돼야 제도의 실제 경계가 만들어지고, 그래야 노사 모두 어느 정도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된다."

-창구 단일화와 교섭단위 분리 등 절차 문제도 변수로 보나.

"그 부분이 매우 크다. 지금 제도는 하청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지만,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어떻게 맞물릴지에 대한 사전 논의가 거의 없었다. 원청을 상대로 여러 하청 노조가 동시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하나의 창구로 묶을지, 별도 교섭단위로 나눌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할지 같은 문제들이 현실에서 바로 부딪힐 수 있다.

노조 간 이해관계가 같으면 통합 교섭이 가능하겠지만, 업종이나 고용형태, 요구 의제가 다르면 개별 교섭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늘 수 있고, 제도 취지와 별개로 교섭 질서가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 특히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하청 노조 상호 간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에는 노노 갈등이 더 두드러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은 법 시행 전부터 사회적 논의가 있었어야 했고, 지금이라도 교섭 질서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제도의 문을 여는 것과 그 문 안에서 작동할 질서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영권과 교섭권의 경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하나.

"노동부가 합병·분할·매각 같은 경영상 결정 자체는 곧바로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한 것은 다행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결정 자체'와 '결정의 결과'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공장 이전, 공정 자동화, 외주화 확대, 구조조정 같은 결정은 대부분 인력 운용과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경영상 결정은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적 판단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 고용안정, 배치전환, 노동강도 문제로 곧바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쟁점은 앞으로 상당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법률 문구 차원에서는 경영권과 교섭권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장에서는 그렇게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결국 필요한 건 경영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이 노동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어떤 방식으로 협의하고 의견을 반영할지에 대한 채널을 만드는 균형이다. 문제는 우리 노사관계가 아직 협력적 조정보다는 대립적 대응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제도 해석 못지않게 실제 교섭 문화와 관행의 변화가 중요할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는 '정부가 진짜 사용자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공공부문은 민간보다 더 복잡하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민간위탁 사업자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체가 다를 수 있다. 돌봄처럼 임금 기준과 예산, 사업 운영 방식이 대부분 정부 정책과 예산에 의해 좌우되는 분야에서는 노동계가 '정부가 진짜 사용자'라고 주장하는 배경이 분명히 있다. 민간위탁 구조라고 해도 실제로는 정부나 지자체가 핵심 조건을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공부문에서는 민간보다 사용자성 논란이 더 크게 불거질 수 있다. 민간에는 원청의 책임을 묻는 제도가 확대됐는데, 정작 정부는 교섭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정책적 정합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공공부문은 '법적 사용자'와 '정책 책임 주체'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법리에 따른 사용자성 판단과 별도로, 예산과 보수 기준, 운영 지침을 사실상 결정하는 정부나 상위 기관이 정책 협의 구조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 협의 구조나 공공부문 공동교섭 모델 같은 별도 협의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인 해법일 수 있다."

-노동부 설명회나 판단 지원만으로 충분하다고 보나.

"지금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라 모델이라고 본다. 업종마다 원-하청 관계의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누가 교섭 주체인가', '어디까지가 교섭 대상인가'라는 문제를 해석만으로 풀기는 어렵다. 해석은 기본 원칙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교섭을 운영할지까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서 현장은 결국 다시 혼선을 겪게 된다.

조선·건설·물류·돌봄 서비스처럼 업종별로 생산구조와 계약구조, 원청의 영향력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교섭 의제와 범위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원청 사업주, 하청 사업주, 원청 노조, 하청 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업종별 교섭 구조를 만들고, 여기서 단협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개별 기업이 이를 참고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이런 모델이 없으면 비슷한 충돌이 업종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회적 대화와 업종별 교섭 모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제도 안착을 가를 핵심 장면은 무엇이라고 보나.

"세 가지를 봐야 한다. 첫째는 노동위원회의 첫 사용자성 판단이다. 어떤 산업에서 어떤 기준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느냐가 사실상 초기 기준점이 될 수 있다. 한번 기준이 잡히면 이후 유사한 사건에서 노사 모두 그 판단을 참고하게 된다.

둘째는 대형 산업 현장의 첫 교섭 사례다. 자동차·조선·물류·공공 민간위탁 같은 곳에서 교섭이 질서 있게 이뤄질지, 아니면 충돌로 번질지가 중요하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셋째는 노노 갈등이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사이, 또 하청노조끼리의 이해관계 충돌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새 제도가 원청-하청 간 문제만 푸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 내부 질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갈등이 아예 없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갈등을 제도 안에서 조정하면서 새로운 규칙을 설계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대립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교섭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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