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15년→ 2심 4년으로 형량 73%↓
대책위·유족·노동계 반발…“사법부 스스로 존재가치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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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2일 오후 항소심 선고 후 입장문을 내고 "중처법을 무력화하고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노력해 온 모든 노동자들을 모욕한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재판부는 박순관의 중처법 위반, 파견법 위반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정작 형량은 1심에서 대폭 감형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스스로 법을 무력화한 셈"이라며 "오늘의 참담한 판결은 중처법을 무력화하겠다는 사법의 폭거이자, 법과 원칙을 바로잡아야 하는 사법부가 스스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부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더는 중처법이 무력화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 중처법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적용될 수 있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중처법을 무력화하는 사법부의 만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입장문을 내고 "면책의 기준만 남긴 판결"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은 아리셀 공장 화재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왜 막지 못했는가'에 대한 책임은 끝내 묻지 않은 판결"이라며 "사람이 죽어도 사후 수습을 하면 책임은 줄어든다는 메시지만을 또렷하게 남긴 최악의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23명의 생명을 앗아 간 책임이 고작 이정도라면, 도대체 생명의 가치란 무엇인가. 생명의 가치를 이토록 가볍게 취급한 재판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하며, 강력 규탄한다"며 "이번 판결이 남긴 것은 책임이 아니라 면책의 기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리셀해참사대책위원회와 아리셀산재피해자가족협의회도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를 두번 죽인 재판부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오늘 재판부의 판결은 결국 '중처법을 위반해도 중형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선언이자, '중처법은 무력한 법'이라는 선언"이라며 "명백히 중처법을 형해화하는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2심 재판부는 인간적 존엄을 부정하고 사회의 정의를 파탄했다. 중처법을 넘어 우리 사회에 법과 원칙 정의를 바로세워야 하는 사법부의 존재가치마저도 무력하게 만들었다"면서 "대법원에서 오늘의 판결이 잘못된 판결임을 입증할 것이다. 아리셀과 박순관이 마땅한 벌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신현일 고법판사)는 이날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의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 대표에게 중처법 시행 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형량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아리셀 참사'는 지난 2024년 6월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직원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후 조사에서 사고 당시 일부 대피문이 정규직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로 막혀 있었고 대피 경로에 가벽이 세워져 있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장 측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9월 이 사건 1심에서 중처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이 선고되면서 '솜방망이 처벌'로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 온 중처법 관련 판결의 중대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된 형량이 선고되면서, 대부분 사건이 집행유예 혹은 징역 1~3년 정도에 그친 그동안의 법원 선고 형량과 큰 차이가 없어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