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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두테르테 석방 거부…“관할권 있다” 재판 속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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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4. 23. 09:01

두테르테 前 필리핀 대통령, 재임 중 마약전쟁 학살 혐의
항소재판부 4개 항소 이유 모두 기각
"필리핀 탈퇴 전 예비조사 개시가 근거"
WARCRIMES-PHILIPPINES/DUTERTE-REAX <YONHAP NO-5058> (REUTERS)
필리핀 케손시티에서 22일(현지시간) 마약전쟁 피해자 유족들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두테르테 전 대통령 관할권 이의 제기 기각 판결을 생중계로 지켜본 뒤 "싸움은 계속된다", "두테르테에게 책임을 물어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즉시 석방 요구를 기각하고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헤이그에서 구금된 지 약 13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 등에 따르면 ICC 항소재판부는 이날 "4개 항소 이유를 모두 기각했다"며 두테르테 측의 관할권 이의 제기를 물리쳤다. 재판장을 맡은 루스 델 카르멘 이바녜스 카란사 판사는 "항소 전체를 기각한 이상, 피고인의 즉각적·무조건적 석방 요구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81)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마약 용의자 수천 명의 살해에 핵심적 역할을 한 혐의(반인도 범죄 3건)를 받고 있다. 기소 내용에는 2013~2016년 다바오 시장 시절과 2016~2022년 대통령 재임 중 행적이 포함됐다. 검찰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마약 판매상과 사용자를 겨냥한 '암살단'을 조직·자금 지원·무장시켰다고 주장한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측은 경찰에 정당방위 상황에서만 살해를 지시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관할권 쟁점은 필리핀의 ICC 탈퇴 시점이다. 두테르테 재임 중이던 2019년 3월 필리핀은 ICC에서 공식 탈퇴했고, 변호인단은 이를 근거로 "더 이상 로마 규정(ICC 설립 조약) 적용 대상이 아닌 필리핀에서의 혐의에 대해 재판소가 관할권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항소재판부는 필리핀 탈퇴 이전에 예비조사가 이미 개시됐다는 점이 관할권 유지의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ICC 전심재판부가 같은 취지로 내린 1심 결정을 이날 항소심이 확정한 것이다.

판결 직후 헤이그 현지에서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지난 2월 혐의 확정 심리에서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정신적 부적합'을 사유로 불출석을 요청해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체포·신병 이전 이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화상으로 진행된 최초 출석뿐이다.

변호인 니컬러스 카우프만은 AFP에 "두테르테 사건은 현재 ICC에 남은 유일한 고위급 사건"이라며 "항소를 받아들였다면 사실상 재판소의 사건 목록이 비워졌을 것"이라고 판결 결과에 놀라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필리핀에서는 피해자 유족들이 대학 강당에 모여 판결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판결이 낭독되자 박수와 함께 "두테르테에게 책임을 물어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마약전쟁 당시 아들을 잃은 나네트 카스티요는 로이터에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 두테르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ICC는 이와 별도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 유지 여부를 심리 중이다. 해당 절차에서 공소가 확정되면 본재판이 열리며, 이는 아시아 전직 국가수반에 대한 ICC 최초의 정식 재판이 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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