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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이슈]日, 점심값 급등 ‘500엔대 사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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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4. 23. 11:43

주방 없는 '사식' 도입 잇따라, 식사보조 비과세 상향 기업복지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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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 거리를 일본 직장인들이 걸어가고 있다./최영재 도쿄 특파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직원 점심값 부담을 낮춰주는 '사식(社食)'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외식 점심값이 뛰면서 기업이 식비를 직접 보조하는 방식이 다시 주목받는 흐름이다.

요미우리신문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도쿄스타은행은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 본점에 주방·배수 설비 없이 운영할 수 있는 '키친리스 사식'을 도입해 직원들에게 500엔대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치솟은 외식비를 기업이 직접 흡수해 주는 방식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 사실상의 생활비 지원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한 셈이다.

본디시 자료를 보면 이 은행 본점 내 사내식당 'Star Cafe'는 2025년 3월 3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고, 주방 공사 없이도 따뜻한 식사를 낼 수 있는 모델로 소개됐다.

배경은 분명하다. 호트페퍼구르메 외식종합연구소가 2026년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도카이·간사이권 취업자의 평일 점심 예산은 전체 평균 496엔으로 역대 최고였다. 외식만 따로 보면 평균 1338엔으로 전년보다 88엔 올랐다. 배달·딜리버리 예산도 1472엔에 달했다.

즉, 도시락이나 자취 점심까지 포함한 전체 평균은 아직 500엔 안팎이지만, 바깥에서 사 먹는 점심 한 끼는 이미 1300엔을 넘어선 것이다. 요미우리가 소개한 도쿄스타은행 사례처럼 회사 안에서 500엔대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면 직원 체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들이 최근 사식을 '급여 외 실질 지원'으로 다시 보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제 개편이 불붙인 '사식 재도입'
이번 흐름에 직접 불을 붙인 것은 2026년도 세제 개편이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에게 식사를 제공할 때 비과세로 인정되는 사용자 부담 상한은 2026년 4월 1일 이후 지급분부터 월 3500엔에서 7500엔으로 상향됐다. 직원이 식사값의 50% 이상을 부담하고, 회사가 지원한 금액이 월 7500엔 이하이면 그 보조분에는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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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 거리를 일본 직장인들이 걸어가고 있다./최영재 도쿄 특파원
예를 들어 월 1만5000엔어치 식사를 하고 직원이 절반인 7500엔을 내면, 회사가 부담한 7500엔은 비과세 처리된다. 일본에서 이 기준이 바뀐 것은 1984년 이후 처음이다. 현금 임금을 올리는 방식보다 세 부담이 적고 체감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는 식사보조를 '제3의 임금인상'이라고 부르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 반응도 빠르다. 본디시는 도쿄스타은행 사례를 소개하면서 키친리스 사식이 공사 없이 도입 가능하고, 건물 구조상 화기 사용이나 급배수 설비 설치가 어려운 사무실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사식 관련 문의는 2023년 3월~2024년 2월과 2024년 3월~2025년 2월을 비교할 때 약 1.7배로 늘었다. 다른 공개 자료에서는 2025년 문의 건수가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고 밝혔고, 2025년 6~8월 문의는 전년 동기 대비 352% 늘었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시점별 기준은 다르지만, 키친리스 사식에 대한 기업 관심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은 일관된다.

도쿄스타은행 사례가 상징적인 이유는, 사식이 더 이상 전통적인 구내식당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본디시에 따르면 이 모델은 중앙조리시설에서 만든 음식을 현장에서 재가열해 제공하기 때문에 현지 조리 인력이나 대형 주방 설비가 필요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초기 공사비와 운영비를 줄일 수 있고, 직원 입장에서는 외부 식당보다 싼값에 따뜻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여기에 에자키글리코의 배달형 사식 서비스 'SUNAO 딜리버리', 에덴레드재팬의 식사보조 카드 '티켓 레스토랑'처럼 사내식당이 없어도 식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외부형 서비스가 늘고 있다는 점도 흐름을 뒷받침한다.

사식은 이제 구내식당이 있는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채용·정착·생활비 보전을 함께 겨냥한 새로운 임금 보완 장치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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