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입증된 선순환… 수출이 R&D·생산성 키워 원가 낮췄다
15년 걸리는 ‘거북이 규제’ 철폐, 소부장 기업금융 심폐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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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한민국 방위산업계를 유령처럼 떠돌던 이 오랜 통념과 우려는 완전히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방산 수출은 오히려 국내 방산기업의 연구개발(R&D)과 생산기반을 키워 우리 군의 전력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선순환의 마중물'이었다.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획득과 방산의 새로운 도약' 민관합동 세미나에서 방위사업청과 방산 전문가들, 국회 및 정부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방산 수출과 군 획득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 보던 낡은 사고의 틀을 이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개청 20주년을 맞이한 방사청이 '획득과 방산의 선순환 구조'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4대 방산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19일 민관합동 세미나에 참석한 당·정·청 핵심 인사들은 "과거처럼 '군 무기 획득'과 '방산 수출'을 따로 분리해 보던 이분법적 사고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축사에서 "개청 당시 2억 5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이 지난해 154억 달러로 70배 가까이 폭발 성장했다"며 "방산 수출은 이제 군납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이끄는 핵심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이어 "무기 단품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며 "에너지·인프라·정비(MRO)를 유기적으로 묶은 '범산업 패
키지 협력'으로 K-방산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박선원·임종득·백선희 의원 등)도 초당적 차원의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의원들은 "AI와 드론 시대에 무기 하나 만드는데 15년이나 걸리는 기존 획득 절차는 안보의 걸림돌"이라며 속도전에 맞춘 과감한 규제 완화를 확약했다. 또한 "납기 지연의 주범이 수출이 아닌 중소기업의 '재무 불안'이라는 실증 분석에 주목한다"며, 방산 생태계의 허리인 중소·중견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금융 지원 법안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 "방산 수출이 군 전력 강화한다" 첫 실증 연구
그동안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수출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수출 물량이 쏟아지면 정작 우리 군이 쓸 무기의 인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불안감과, 반대로 수출이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 군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된 명지대학교 김재구 교수(前한국경영학회장) 연구팀의 분석은 이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재구 교수 연구팀이 국내 방산기업 2,000여 개의 방대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방산 수출 증가는 공장 가동률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이렇게 높아진 가동률은 다시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및 생산설비 투자 확대로 직결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차 효과다. 수출이 일어난 뒤 약 3년가량의 시차를 거치면, 기업의 원가 절감과 영업이익 증가, 그리고 핵심 기술의 자립도 향상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선순환 구조가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무기를 반복해서 생산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학습효과'와 '규모의 경제'가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 군이 무기를 도입하는 '획득 비용'까지 획기적으로 낮추는 부메랑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K-방산 전문가들은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대규모로 수출한 이후 국내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원가가 하락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량형 모델 개발이 한층 빨라진 것이 대표적인 실증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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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민관합동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는 국방·과기·산자·중기 부처 실장급 인사들과 현대로템·SNT모티브·아이쓰리시스템 그리고 대학등 산업계·학계 최고 전문가 9명이 격돌했다. 이들은 "획득과 수출의 이분법을 깨고, 속도전과 금융 지원으로 K-방산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장을 맡은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사진 중앙)은 "획득과 수출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무기 조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김 차장은 "K-방산이 글로벌 점유율 5%를 달성해 세계 4대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방사청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국방·과기·산자·중기부 등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부 부처들은 즉각 화답하며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제시했다. 원종대 국방부 차관보는 "AI·드론 시대에 무기 도입에 15년이 걸리는 기존 체계는 안보의 걸림돌"이라며 지적을 자인했다. 원 차관보는 "가칭 '국방첨단전력사업법'을 통해 소요 기획부터 실전 전력화까지의 절차를 과감히 축소하는 속도전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조정실장 역시 "민간의 첨단 기술 발전 속도가 군을 앞서고 있다"며 "기존의 경직된 국방 R&D 틀을 깨고, 민간의 성숙된 신기술을 군에 곧바로 도입하는 '적응형 연구개발 체계'의 통로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K-방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체질 개선 목소리도 높았다.
박동일 산업부 제조산업실장은 "현재 수출의 60% 이상이 지상무기에 편중되어 있어 지속 성장에 리스크가 크다"고 진단했다. 박 정책관은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우주, 차세대 위성, 첨단 함정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제조업 부품 생태계 고도화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중소기업 지원책이었다.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실증 분석 결과, 납기 지연의 주범이 수출이 아닌 중소기업의 '재무 불안'과 부채비율로 밝혀진 점에 주목한다"고 짚었다. 박용순 실장은 "공급망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방산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 정책 방향을 금융 지원 강화로 확실히 전환하고, 중소기업 방산 매출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확약했다.
한편 민관합동 세미나 패널 토론에 나선 국내 방산 최전선을 이끄는 산업계 임원들과 학계 석학이 나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제 철폐와 정책 전환을 강력히 압박했다. 이들은 수출이 국내 군납을 늦춘다는 해묵은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K-방산의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김명근 현대로템 상무는 폴란드 수출 전선에서 얻은 현장의 성과를 숫자로 증명했다. 김 상무는 "폴란드 K2 전차 대규모 수출로 공장 가동률이 극대화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달성됐다"며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우리 군이 무기를 도입하는 획득 비용까지 낮아지고 개량형 개발이 빨라지는 선순환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지상무기 기동체계의 핵심 파워트레인을 공급하는 윤병조 SNT모티브 상무는 반복 생산의 위력을 역설했다. 윤 상무는 "대량 수출을 통한 무기 반복 생산 과정에서 현장 기술자들의 '학습효과'가 축적된다"며 "이 학습효과가 핵심 부품의 불량률을 낮추고 기술 자립도 및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짚었다.
첨단 센서 및 중소·벤처 기술계를 대변해 참석한 정환 아이쓰리시스템 대표는 군의 높은 문턱을 지적했다. 정 대표는 "민간의 독보적인 AI·드론 등 첨단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들은 군의 복잡한 다단계 검증 체계와 15년씩 걸리는 획득 절차를 견디기 어렵다"며 "기술 수혈이 적기에 이뤄지도록 신속 도입 제도를 시장 친화적으로 더 유연하게 운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방산기업 2,000여 개 전수조사를 주도한 이정현 명지대 교수는 통계학적 팩트로 토론을 매듭지었다. 이 교수는 "데이터 분석 결과, 납기 지연의 진짜 원인은 수출 규모가 아니라 기업의 부채비율과 '재무 건전성'이었다"고 폭로했다. 이 교수는 "수출은 오히려 3년의 시차를 두고 기업의 영업이익과 기술력을 높이는 보약"이라며 "정부는 수출을 억제할 게 아니라, 중소 방산기업의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궤도를 수정해야 세계 4대 강국 진입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 AI·드론 시대, '15년짜리 획득 체계' 전면 폐기한다
이날 방위사업청은 민간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를 군이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획득 체계의 치명적인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현재 우리 군이 무기체계를 기획해 개발하고 실전 전력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년 안팎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유·무인복합체계(MUM-T)가 하루가 다르게 주도권을 바꾸는 미래 전장 구조에서는 이러한 거북이 획득 절차로는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민간 기업의 첨단 기술은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데, 군의 복잡한 획득 절차와 경직된 다단계 검증 체계 탓에 정작 전장에 도입될 때는 이미 '구식 무기'가 되어버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가칭 '국방첨단전력사업법' 제정을 통해 군 획득 체계를 뿌리부터 뜯어고치겠다고 천명했다. 기존의 경직된 '기획형 연구개발' 방식을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적응형 연구개발 체계'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드론과 AI 분야에서는 복잡한 절차를 과감히 건너뛰고 민간의 성숙된 첨단 기술을 군에 즉각 도입하는 '신속 도입 제도'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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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출 전략의 패러다임도 통째로 바뀐다. 이제는 단순히 전차나 자주포 등 단품 무기 한 종류를 잘 만들어 파는 시대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방사청은 향후 방산 수출을 단순한 무기 매매를 넘어 에너지, 인프라, 정보통신(ICT), 군수정비(MRO), 그리고 핵심 기술이전까지 한데 묶은 '범정부 국가 패키지 사업'으로 전격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무기를 사는 나라에 국가 인프라 구축과 안보 시스템 전체를 동시에 제공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방산 수출의 르네상스를 연 폴란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단순한 무기체계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 공장 건립, 파격적인 기술 이전, 창정비 등 유지보수(MRO) 체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추진하면서 전체 계약 규모가 수백억 달러 수준으로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전차 한 대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안보 시스템 전체'를 수출하는 거대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조망했다.
◇ 신성장 동력 K-방산, 글로벌 점유율 5% '세계 4대 강국' 조준
방사청은 이날 세미나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명확한 미래 이정표를 제시했다. 2025년 단년도 기준 이미 세계 5위권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K-방산의 저력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방산시장 점유율을 5% 이상으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세계 4대 방산강국'의 반열에 진입시키겠다는 포부다.
산업 생태계의 허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질적 고도화' 계획도 포함됐다. 현재 국내 방산 매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를 앞으로 25%까지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우주, AI 등 첨단 방산 분야에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적극 육성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고도화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K-방산 전문가들은 "지난 20년이 맨땅에서 무기를 만들어내던 K-방산의 '양적 성장기'였다면, 다가올 20년은 AI·우주·드론·무인체계 중심의 '질적 성장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이제 무기 획득과 방위산업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하나의 강력한 국가 전략산업이자 성장엔진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