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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6. 09. 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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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체제 12년… 다시 쓴 삼성史
미전실 해체·무노조 폐기 조직 쇄신
과감한 M&A는 핵심사업과 시너지
글로벌 세일즈로 대규모 수주 성과
급변 AI시대 주도권 잡고 1위 우뚝
사법 족쇄 벗고 그룹 새 이정표 세워
이사회 합류 과제속 책임경영 시험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선 지 12년째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경영 지휘봉을 넘겨받은 것이 출발점이다. 그사이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 등 숱한 격변이 이어졌지만, 이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와 조직을 아우르며 삼성의 체질을 바꿔왔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지난 12년을 단순한 경영 승계를 넘어 삼성의 미래를 결정짓는 '리더십 시험대'를 넘어선 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이 회장은 기회를 찾아 돌파구를 만들었다. 글로벌 현장을 누빈 세일즈 행보는 대규모 수주로 이어졌고, 과감한 인수·합병(M&A)은 그룹 핵심 사업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통제 중심의 조직문화도 쇄신을 거듭했다. 특히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고 노조와의 상생을 선언하면서 삼성의 노사관계에도 변화의 물꼬를 텄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분기 80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이 회장의 경영 행보 역시 삼성의 사업과 조직 전반을 바꾸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14일 현재 이 회장에게 남은 방정식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과제가 공언한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획기적인 도약과 노조와의 안정적인 노사관계 구축이다. 여기에 법률적 안정성을 갖춘 지배구조 완성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오너 일가는 상속세를 완납하며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어진 지분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하지만 삼성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과제까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룹 경영의 중심에 선 이 회장이 아직 삼성전자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점도 남은 과제다. 지난 12년간 삼성의 변화를 이끈 이 회장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성과를 넘어 경영권과 지배구조, 사업 경쟁력을 아우르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에 실력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이 버는 회사로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생성형 AI 기술은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사전에 정확히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불확실성 속 이재용 회장이 AI 반도체에 집중한 결과는 2분기 엔비디아와 애플을 제치고 89조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업이익을 많이 낸 회사로 기록되면서 증명됐다. 가장 공격적인 전망치를 낸 KB투자증권은 삼전이 올해 375조원, 내년 548조원을 벌 것이라 추정하기도 했다.

아직 실현 못 한 과제도 있다. 2019년 화성사업장에서 이 회장의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선언이다.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2019년 1분기 TSMC의 점유율은 48.1%로 삼성전자(19.1%)와 29%포인트 차이였지만 지난 9일 발표된 올 2분기 기준 TSMC 72.5%, 삼성전자 5.9%로 격차는 오히려 66.6%까지 벌어졌다.

기회는 있다. 지난해 7월 테슬라로부터 수주한 165억 달러(한화 약 23조원) 규모 자율주행·로봇용 AI칩 'A16'은 삼성 파운드리 반등의 시작점이 될 거란 관측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될 전망으로 일론 머스크 CEO는 계약 당일 SNS X에 "165억 달러는 최소규모이고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충실히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결과, AMD 등으로부터 각종 협력이 예고 돼 있다.

◇'관리'의 삼성은 어떻게 통제에서 자율·책임으로 바뀌었나

이재용 회장은 두 번의 결단으로 조직을 완전히 전환 시켰다.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와 2020년 무노조 원칙 폐기다. 그룹의 핵심 조직은 1959년 비서실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을 거쳐, 대기업 헤드쿼터의 상징과도 같은 '미래전략실'로 커나갔지만 2017년 이 회장이 해체를 선언했다.

그사이 정현호 부회장이 사업지원TF를 운용했지만 2025년 11월, HBM사업 부진과 노조 이슈가 불거진 이후 사업지원실로 전환됐다. 조직도에 없던 임시 조직이 상설로 공식화됐고 기존 승계 등의 역할을 하던 팀이 대거 빠지면서 확실한 사업 지원의 성격을 띠게 된 게 이전과의 결정적 차이다.

사업지원실은 과거 미전실 출신 전략통 박학규 사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과거 이학수, 김순택, 최지성, 정현호 부회장을 거치는 내내 이 조직의 수장은 재무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 맡아왔다. 전략팀장은 전 삼성전자 CFO이자 미전실 전략1팀장 출신인 최윤호 사장이 맡았고, M&A팀장은 하만 인수의 주역인 안중현 사장이 맡았다.

2020년 전격 선언한 무노조 경영 철폐야 말로 소통 중심 삼성으로의 전환을 야기했다. 진통은 있다. 천문학적 규모 성과급을 놓고 노사 간, 또 사업부별 갈등은 이 회장과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5월 이 회장이 일본 출장을 중단하고 귀국해 공항에서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 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전면 파업을 예고했던 노사는 이 회장이 손을 내민 이후 끝내 합의에 성공했다.

◇그는 아직 이사회에 없다… 경영 효율과 책임 사이

주인공 이재용 회장은 2019년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 이후 아직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책임경영 기대감이 커졌지만 아직이다. 법률적 조언을 하는 독립기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바라고 있다. 직접 경영일선에 나섰으면 한다는 게 이찬희 준감위원장의 연속 된 발언이다. 중요한 투자나 M&A에 대해 총수가 이사회 안에서 의견을 내고 표결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얘기가 주주연대 등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 이 회장의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의 초대형 수주와 M&A를 좌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 이재용 회장과의 일명 '깐부 회동'이 두 기업을 넘어 국가 간 AI 칩 동맹으로 이어진 게 그 방증이다. 10년 전 하만 인수는 한동안 실패한 M&A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젠 그룹 전장사업의 중심 축으로 성장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이후 M&A 행보는 더 가팔라졌다.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독일 공조기업 플렉트 그룹을 인수, ZF ADAS 사업을 사들여 전장 시너지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고(故) 이건희 회장 지분은 지난 5월로 상속세를 완납했고 최근 홍라희 여사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이재용 회장에게 1조9000억원어치 삼성전자지분을 블록딜로 매도하기도 했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은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이재용 회장이 이미 회사를 위해 전 세계를 돌며 발로 뛰고 있는데 그 바쁜 와중에 주총이다 이사회다 매달려 있을 여유가 있느냐"면서 "가뜩이나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서류상 직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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