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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업가정신과 용서받지 못할 죄

[칼럼]기업가정신과 용서받지 못할 죄

기사승인 2016. 06. 0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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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인도에 홀로 남은 크루소처럼 살아가지 않고 여럿이 어울려 지낼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특정한 약초가 머리가 아플 때 이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가 그 약초로 두통약을 만들어 팔면 그 약을 사먹는 사람은 그의 지식을 활용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서 “사회에서의 지식의 활용 문제”에 집중한 학자가 하이에크였다. 짐 웨일즈는 그런 하이에크의 관점에 대해 듣고서 영감을 얻어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어를 설립했다.



 만약 과학자들이 그 두통약에 들어가는 약초 재료를 절반만 쓰고도 약효가 같도록 만들었다면, 사람들은 이제 종전보다 더 저렴하게 그 약을 사먹을 수 있고 절약하게 된 돈으로는 다른 가치 있는 일에 쓸 수 있다. 분명 그 과학자들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서비스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사람이 그 약초가 지천으로 풍부한 섬을 발견했는데 그 섬 주민들은 거기서는 그 약초가 단지 땔감으로만 쓰고 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두통약의 재료인 그 약초를 매우 저렴하게 사와서 이제 두통약을 종전보다 더 값싸게 만들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은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더 저렴한 약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봉사했다. 이제 사람들은 두통약에 쓸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상당한 돈을 벌 것이다. 땔감으로 쓰이던 약초를 약에 쓰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땔감이라는 예전의 용도에 비해 더 많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더 가치 있는 용도인 약초로 그 식물의 용도를 변경시켰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지금 사람들이 충분히 가치를 평가하지 않아서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자원을 더 높은 가격에도 기꺼이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변형시켜 실제로 그 가격을 받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buy-low sell-high)이 기업가정신의 본질이라고 하더라도 구매시점과 판매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이 개재되는 것이다. 물건을 제조해서 판매하는 경우에도 결국 (이자를 감안하고) 구매한 원재료들 가격들을 합해도 판매가격이 더 높아야 이윤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경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사람들이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용도로부터 특정한 자원을 가져다 와서 결과적으로 더 낮은 용도에 쓰도록 만든 것을 의미한다. 잘못 판단해서 약의 재료에 쓰는 약초를 사와서 땔감으로 쓰게 만든 것인 셈이다. 당연히 이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이 따르는데 그것이 손실이다. 이런 손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그 사람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가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그의 실패는 자신뿐만 아니라 채권자들에게도 심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베네치아에서는 두 가지를 “페카도 모르탈레”(용서받지 못할 죄)로 취급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공직자가 국가의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고, 흥미롭게도 다른 하나는 기업가들이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부러 손실을 보려는 기업가는 없겠지만, 손실 발생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포함한 희소한 자원을 과거의 용도에 비해 가치가 더욱 낮게 쓰이도록 만들었다는 뜻이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이윤발생을 탐욕이라고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손실발생을 용서받지 못할 죄라 했다. 베네치아가 번성했던 이유를 짐작케 한다.


 이제 우리도 손실을 내는 것을 “용서받지 못할 죄”로 부르는 게 어떨까.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회사가 이윤을 내면 법인세 등으로 가져가려는 유혹을 자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회사가 손실을 내어 부도 직전이라면 섣불리 지원해서도 안 된다. 높은 법인세이든 부도직전 기업에 대한 지원이든 그런 게 실행될수록, 자원을 더 가치 있는 용도로 전환하려는 기업가정신은 좀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기업 구조조정은 반성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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