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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떤 것이 근본적인 대책인가

[칼럼] 어떤 것이 근본적인 대책인가

기사승인 2016. 09. 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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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처럼 어떤 문제에 대해 근본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결의를 다지는 정치인을 보면 일단 기분이 좋다. 단순히 잠시 문제를 덮지 않고 파헤쳐서 아예 뿌리를 뽑아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떤 것이 '근본대책'인지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흔히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엄벌에 처하는 것을 두고 근본대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연 엄벌이 근본대책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엄벌을 선포한 이후 이것이 몰고 올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대개 엄벌의 수위를 조정하고 엄벌 자체가 유야무야되는 과정을 밟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계획경제 시절 소련에서도 부패와의 전쟁이 주기적으로 벌어졌다. 톨카치로 불린 사람들은 산업생산에 필수적인 각종 중요 원자재를 창고에 쌓아뒀다가 원자재가 부족할 때 공장에 엄청나게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했다. 당시 소련에서는 이들의 행동이 대표적인 부패로 간주됐었다.


새로 권력을 잡은 정치엘리트들은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만연한 부패를 근절시키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톨카치를 잡아들여 혹독한 처벌을 가했다.


그렇지만 이들을 잡아들이자 여러 공장들에서 원자재 부족으로 생산에 엄청난 차질을 빚자 부패의 대명사인 톨카치와의 전쟁도 시간이 지날수록 유야무야되었다. 물론 톨카치는 기존 정치권력과 부패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권력은 구 정치권력을 청산하고 그들이 이들의 자리를 대체하여 톨카치들로부터 상납을 받는 부수적 이득을 얻기도 했다.


이 전체 과정이라는 큰 그림을 보면, 부패와의 전쟁과 같은 강력한 처벌도 솜방망이 처벌과 다름없이 사회에서 부패의 고리를 잘라내지 못하므로 근본적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근본대책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그 대책으로 인해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이 일상화되는 상태가 변해야 할 뿐 아니라 권력의 비호 아래 경쟁을 배제한 채 원자재를 독점적으로 확보해서  손쉽게 독점이윤을 얻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 이외의 대책은 부작용이 커지면서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가 아무리 근본대책이라고 우겨도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근본대책에 대해 다음 몇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첫째, 엄벌 위주의 정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근본정책인 것은 아니다. 둘째, 사람들이 처벌이 무서워 특정행위를 하게(혹은 하지 않게) 하는 엄벌정책보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게(혹은 하지 않게) 하는 정책이 근본정책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왜 공장관리자들이 톨카치들로부터 원자재를 비싼 값에 사는지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원인 분석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근본대책은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최근 우리 사회에서 도입을 두고 논란 중인 김영란법에 대입해 보면 어떻게 될까. 김영란법이 부패현상에 대한 근본대책인지 여부는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기업인들은 혹은 학부모들은 정치인, 법조인, 관료들, 언론인, 교사들에게 정상을 벗어나 부패로 간주될 정도의 향응을 제공하는가. 처벌의 위협이나 위험이 줄어들거나 사라져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향응을 제공하지 않게 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정직하고도 깊이 있는 분석이 있어야 최소한 이 문제들에 대한 근본대책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런 대책을 찾아내더라도 이를 정치적으로 실현해 내려면 정치적 용단과 행동이 요구되지만 말이다. 아무튼 무엇이 근본적인 대책인지에 대한 성찰은 단지 부패뿐만 아니라 '안전' 등 거의 모든 사회문제에 고루 적용될 수 있다. 우리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근본적인 대책을 찾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정말 문제를 뿌리째 뽑아내는 것인지 심사숙고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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