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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난의 위험과 대비에도 활용돼야 할 시장의 기능

[칼럼] 재난의 위험과 대비에도 활용돼야 할 시장의 기능

기사승인 2016. 10. 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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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 예기치 못한 강도 5.8의 지진이 발생하고, 태풍과 집중호우로 울산이 쑥대밭이 되는 등 최근 재난이 빈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진설계 의무화와 유도, 지진지도의 작성, 대피 매뉴얼의 작성과 교육,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한 국민안전처와 기상청간의 개방적인 정보교류 등의 대책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포함해서 재난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재난의 위험에 대한 대비와 재건비용의 조달에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이 너무나 강한 만큼 재난에 대한 위험과 이의 대비에 국가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얼핏 보기보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재난문제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국가가 재난의 위험과 재건에 재정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더 위험하게 행동하려는 동기가 발동되어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최소한 신의 행동(Act of God)으로 불리는 불가항력의 재난의 발생 자체를 줄일 수는 없을지라도 이에 따른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소득과 부가 커질수록 재난 피해의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서 과연 정부의 재정으로 재난들에 대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피해복구를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주와 울산 등 지진과 태풍, 집중호우의 피해를 당한 지역을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요청하고 있지만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이런 추세를 걱정하고 있다. 피해규모가 상당하다는 이유로 특별재난구역 선포가 남발되면, 재난이 발생한 지역은 거의 예외 없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것이다. 지역구 정치인이 강력하게 요구할 게 뻔하고 이를 거부하다가는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주민들이 정부의 지원을 당연히 받아야 할 지원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정부가 피해복구를 위한 재정지출을 소폭 증가시키더라도 피해주민들로서는 피해규모에 비해 지원이 미미하다는 불만을 가지기 쉽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지원은 개인들로 하여금 재난의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동기를 만들어준다. 상습재난지역에 정부가 계속 지원을 했더니,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덜 위험한 지역으로 이주하지도 않고 재난보험에 가입하려는 비율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재난의 위험에 따른 비용을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비용, 즉 세금으로 전가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재난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재난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험사 직원들이 정부 관료들보다 재난에 따른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더 꼼꼼하게 대비하도록 점검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관료들보다 훨씬 더 신속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지원이 자칫 그런 지원이 없었더라면 발달했을 민간보험 상품의 개발과 가입을 가로막을 수도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재해와 관련해서 매우 흥미로운 선물(先物)상품이 등장했는데 바로 "신의 행동(Act of God)"이라는 채권이다. 재해보험은 한번 재해가 발생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 보험사가 파산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보험사들이 다시 보험을 드는 재보험이 필요한데 재보험사들이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한 상품이 이 채권이다. 평소 매우 높은 이자를 지불하지만 재난이 발행하면 채권소지자는 원리금을 포기하게 짜여있다.
 

재해에 대비하고자 하는 유인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마어마한 피해구제 자금의 동원 측면에서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정부가 일임하는 데 비해 재난대비에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재난대비 문제에 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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