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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상임금 혼란 막는 근로기준법 개정 기대

[칼럼] 통상임금 혼란 막는 근로기준법 개정 기대

기사승인 2017. 09. 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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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경제학자들은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결함들을 교정하는 문제에 천착했다. 오염 문제가 대표적이다. 시장을 그냥 방치하면 공장이 수질 오염에 따른 비용은 물지 않아서 이를 마구 배출하는 시장실패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등대는 모두에게 편익을 주지만 다른 사람의 비용에 기대어 공짜 차를 타려고 하므로 시장에서 출현하지 못한다고 봤다. 그래서 초기 경제학자들은 오염에 세금을 물리고 정부가 세금을 거둬 등대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변화가 온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조사해보니 놀랍게도 특정 항구를 이용하는 선주들이 안전한 야간 항해를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갹출해서 등대를 건설해서 운영했다. 공짜로 등대 불빛을 이용하는 여타 배들이 있지만 선주들로서는 드는 비용보다 혜택이 크면 그만이다. 수질오염도 강에 대한 재산권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정부든 누구든 오염에 따른 피해를 정확하게 알아내기 어려운 점이 근본 문제라는 게 드러났다.


최근에는 시장에서의 기업가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구성원들인 정치인들, 관료들, 판사들도 똑같은 욕망과 지식(정보)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이는 시장의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개입에 의해 자동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아울러 우리가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장실패 못잖게 정부실패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을 보면서, 관료나 정치인뿐만 아니라 판사들에게도 정부실패 문제를 확인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시장경제에서 정부는 게임 규칙의 제정자와 심판으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한다. 정부가 그 게임의 선수로 뛰려고 하거나 규칙이 왔다갔다 불명확하거나 규칙은 그대로지만 심판의 판정이 게임마다 불규칙해서는 안 된다. 심판이 '재판이 곧 정치'라면서 '대법원 판결은 남의 것'이므로 내 정치이념대로 판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 이상 선수들이 규칙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면 아예 게임 참여를 포기한다.


시장에서의 게임의 규칙은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교환들이 최대한 많이 성사되게 만들어져야 한다. 행정, 사법, 입법을 포함하는 광의의 정부는 게임의 규칙이 그런 방향으로 변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사냥꾼은 추위를 이길 옷을 만들 짐승 가죽을, 농부들은 식량인 곡식을 가지고 있다면 두 사람이 짐승 가죽과 곡식을 교환하면 윈-윈이다. 게임의 규칙이 그런 교환의 성사를 막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경제와 그 구성원은 번영할 수 없다.


노동의 제공과 임금의 지급이라는 교환도, 비록 정부가 '근로기준법'이라는 규칙을 하나 더 마련해 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윈-윈 할 때 성사된다는 점에서 다른 교환과 다르지 않다. 근로기준법에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통상임금'이 들어있지만 그 포괄범위가 불명확했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은 제외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고 이에 근거해서 노사자율의 임금협상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사법부는 행정부와 다른 해석을 내놨다. 2013년 통상임금의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을 중시해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하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노사합의, 경영상의 애로 등 특정 조건 아래에서는 미지급분을 소급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 후 소급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달았는데 이를 면제하는 판결들도 있었고,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는 회사가 4000여억원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행정, 사법, 입법부를 아우르는 광의의 정부가 '규칙'을 제각각 해석함으로써, 시장에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인 기업가들로 하여금 줘야 할 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일을 시키도록 만든 셈이다. 이는  정부실패지만 기업이 그 비용을 치르게 됐다. 지금 정부가 우리 경제를 번영시키겠다면서 시장에 간섭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먼저 자신들의 미흡한 부분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근로기준법을 빨리 고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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