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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백명이 한명의 월북자도 잡기 어렵다

[전인범 칼럼] 백명이 한명의 월북자도 잡기 어렵다

기사승인 2022. 01. 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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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2022년 새해 첫 날부터 어처구니 없고 해괴한 일이 일어났다. 우선 북한으로 월북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즘 세상에 어떤 사람이 북한으로 넘어 갈까. 그런데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같은 지역을 통해 탈북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고 해괴하다. 일반전초(GOP·General Out Post)는 방어작전에 있어서 적의 공격을 경고하고 능력 범위 안에서 격멸하며 철수하는 임무를 갖는다.

남방한계선을 연해 구축된 GOP 경계선은 북한의 무장 인원이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임무이다. 이를 위해서 10개 이상의 사단이 투입되고 250Km에 이중·삼중의 철조망을 설치하고 매일 순찰과 점검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위험을 무릅쓰고 마음 먹고 넘어 오는 소규모 침투조를 막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적의 침투를 막는다는 목표를 두고 침투를 어렵게 만들고, 특히 침투 이후에라도 그 흔적을 빨리 찾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을 보면 월북자가 지형을 숙지하고 있었고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일반인보다 날렵했다. 이유가 뭐든 죽을 각오로 월북을 감행했고 운 좋게 지뢰와 영하의 날씨, 그리고 기타 장애물을 극복했다. 우리 군은 저녁 6시 40분에 경보가 울려 현장에 출동했다고 한다. 그 시간이면 경계등을 빼면 GOP 지역은 깜깜한 곳이다. 유심히 봤더라도 흔적을 찾기 어려웠을텐데 출동인원이 세밀하게 봤는지 의문이다.

약 3시간 뒤인 밤 9시 20분에 우리 군의 열상관측 장비로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사람이 발견됐다. 아마도 처음에는 월북자인지 탈북자인지도 구분을 못했을 것이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 여기 저기 찾아 보니까 저녁 6시 40분의 경고가 오작동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는 상황으로 밝혀지고, 미상인원은 밤 10시 40분에 북한군 초소에 도착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장비는 정상작동했고 시스템대로 현장 확인도 했지만 현장확인조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 했다. 경계장비의 잦은 오작동이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AI)를 이용하고 최첨단 탐지장비를 도입해 오작동을 줄여서 신뢰도를 높이고 경계력을 제고하더라도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100%는 장담 못한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탈북자가 다시 입북하는 이유는 남한 사회에 대한 부적응과 북한에 남은 가족에 대한 향수, 그리고 기타 도피 목적 등이 있을 것이다. 향후 남북 통일을 위해서도 탈북자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배려, 친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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