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의 지역 정치·경제 협력체인 SCO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젠체프 SCO 사무총장은 23일 기자들을 만나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실크로드 경제권’은 경쟁구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CA 뉴스 등 현지언론은 전했다.
메젠체프 사무총장은 “자연스러운 경쟁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대결 구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EEU와 실크로드 경제권은 엄연히 다른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메젠체프의 이런 발언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역내 경제권 통합을 추진하며 회원국 간 마찰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크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 주도의 역내 경제공동체인 EEU 창설을 맹비난했다. 카리모프는 “경제적 독립이 없는 정치적 독립이 어떻게 가능하냐”라며 러시아 주도의 역내 경제권 통합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정치적 독립이 보장되는 중국 주도의 경제권 통합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카자흐스탄은 EEU가 순수 경제공동체라고 맞서며 러시아 주도의 경제권 통합에 힘을 싣고 있다.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옛소련권 경제공동체인 EEU 창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 1월 본격 출범하는 EEU는 총인구 1억 7천만 명의 단일 소비시장으로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가 함께하고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가 올해 말 가입할 예정이다.
국제사회는 그러나 러시아가 EEU 출범 후 단일국가 형태의 ‘유라시아연합’(EAU)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하며 ‘옛소련 부활’의 사전 단계로 보고 있다. 이 탓에 일부 역내 국가들은 러시아의 야망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화한 소비시장의 확대를 꾀하는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도 아래 SCO를 근간으로 실크로드 경제권 창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을 제안하며 역내 교통망 체계 개선, 투자 및 무역협력 강화, 위안화 등 지역통화의 국제결제 확대를 주장한 바 있다. 실크로드 경제권은 성사되면 30억 명의 거대 단일 소비시장을 가지게 된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가 정치개입 우려 등으로 EEU 출범에 난항을 겪는 것을 의식해 각 국가의 고유 정책과 발전경로를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