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카드사 등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 후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4월부터 출시한 해킹·피싱·금융사기 보상보험은 3개월이 더 지난 이날 현재까지 5건가량의 계약만이 체결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해상보험이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관계로 선두주자 격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이 KB국민은행 및 현대카드와 계약을 맺었고, 일부 보안솔루션 업체도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화재해상보험도 2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킹·피싱·금융사기 보상보험은 기존 ‘안심보험’의 일부 담보를 사회적 이슈에 맞춰 별도 상품으로 출시한 것이기 때문에 새 요율산출 등이 필요한 정책성 보험은 아니다.
다만, 출시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사와 통신사 등 대규모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한 기업들이 고객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보유출 문제를 일으킨 금융사를 제외한 통신사와의 계약은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손보사가 통신사와 접촉을 한 것으로 들었지만, 계약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사의 고객을 위해 무료로 가입시켜주는 마케팅용 상품인데 보험료 부담에다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까 봐 선뜻 가입하지는 않는 듯하다”며 “또 정보유출 사태 이후 떠날 고객들은 이미 떠났는데 마케팅이 먹히겠냐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우 금감원 상품감독국장은 “‘우리 회사랑 계약을 체결하면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을 떠안아 드립니다’고 광고할 수 있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전략인데, 가입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A손보사 관계자는 “이미 필요성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안심보험’에 가입해 있기 때문에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5월 출시된 ‘장애인연금보험’의 실적은 이보다는 나았지만, 당국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5월 24일 이 보험을 출시한 KDB생명보험의 실적은 지난달 말까지 150건에 그쳤고, 같은달 29일 상품을 선보인 NH농협생명보험은 587건을 기록했다.
한편, 학교폭력과 성폭력 피해 등을 보상하는 ‘4대악 보험’도 계약이 아직 없었다. 지난달 1일 이 보험(행복을지키는상해보험)을 단독 출시한 현대해상은 출시초기인 관계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보험은 단체보험이기 때문에 개인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이 가입대상이다. 현대해상은 연말까지 소진되지 않은 지자체들의 예산을 중심으로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