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이 닮았다.”라는 말이 있다. 부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아이를 낳았는데도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 남편의 처절한 심정을 반영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럴 때 우리는 보통 남자가 오쟁이를 졌다고 말한다. 당연히 영어도 있다. 바로 커컬드(Cuckold)라는 단어로 오쟁이를 진 남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남녀가 자유분방하기로는 미국이나 유럽 못지 않은 중국에도 비슷한 단어가 없을 수 없다. 다이뤼마오쯔(戴綠帽子), 즉 “녹색모자를 쓴다.”는 말이 분명히 있다. 부인이나 애인이 다른 정부나 애인을 둔 경우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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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와 아들 장징궈가 대만에서 쑹메이링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닮은 구석이 거의 없어 보인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중국에도 이처럼 남자가 녹색모자를 쓴 경우는 희귀하지 않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마오쩌둥(毛澤東)의 일생의 라이벌인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을 들 수 있다. 일반인이 이 소리를 들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할지 모른다. 천하를 호령한 그가 부인 하나 잘 건사하지 못해 외도를 하게 했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가 잘 안 될 것으므로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첫 번째 부인 마오푸메이(毛福梅)와의 사이에 낳았다는 그의 장남인 장징궈(蔣經國) 전 대만 총통을 떠올리면 혹 이해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둘은 발가락이 아니라 발톱조차도 닮지 않았을 것처럼 얼굴이 완전히 다르다. 두상부터 골격까지 어느 하나 비슷한 구석이 없다. 아무리 장징궈가 외탁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외관상 뭔가 비슷한 분위기라는 것도 있는 것이 상식이나 그마저도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증거가 있느냐 하는 물음이 이어져야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없지 않다. 장제스가 어린 시절 당한 횡액을 우선 꼽아야 할 것 같다. 중국과 대만에서 출판된 각종 전기물에 따르면 그는 4, 5세 무렵 고향인 저장(浙江)성 펑화(奉化)에서 평생 동안 잊지 못할 큰 횡액을 당한다. 작은 청동 의자에 앉아 화롯불을 쬐다 그만 엉덩이와 음낭 부분에 큰 화상을 입은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가 변을 볼 때 개가 냄새를 맡고 와서는 화상에 좋으라고 발라놓은 돼지기름까지 먹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음낭을 크게 다쳐 남성의 기능을 잃었다고 한다. 많은 기록들에 이런 내용이 나오고 있으니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그가 무려 네 번이나 결혼했음에도 공식적인 친자는 장징궈 하나 뿐이었다는 사실 역시 뭔가 이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징궈를 낳을 능력이 있었는데도 다른 자식을 보지 못한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단언해도 좋지 않을까. 더구나 그가 그토록 사랑했다는 쑹메이링(宋美齡)으로부터도 자식을 보지 못한 것은 정말 미스터리라고 해야 한다. 장징궈가 친자가 아니라는 쪽으로 의심을 할 여지는 정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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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와 장징궈, 장웨이궈 삼부자. 세 사람 모두 혈연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
또 하나의 유력한 증거는 장제스의 호적상 둘째 아들인 장웨이궈(蔣緯國)와 관련이 있다. 장웨이궈는 원래 그의 아들이 아니었다. 그와 절친한 다이지타오(戴季陶)가 일본에서 현지 여성과 바람을 피워 낳은 아들이었다. 그러나 공처가였던 다이는 아들을 낳은 사실을 부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숨기기 위해 그에게 뒷처리를 부탁한다. 그 역시 친구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자신의 아들로 입적시켜 법률적으로 장징궈의 동생이 되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장웨이궈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비롯한 장 씨 집안의 비화를 많이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날 때인 1997년 녹음을 통해 유언을 남기면서 그만 천기를 누설해버렸다. 형이 아버지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비밀을 솔직히 고백한 것이다. 죽어가는 마당에까지 거짓말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상당히 신빙성 높은 유언이라고 해야 한다.
장제스 부자의 친자 여부의 미스터리는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만 당국이 두 사람의 DNA를 채취하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그럴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는 듯하다. 혹시 이미 세상이 다 아는 비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