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지난 28일 중국을 방문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를 이성적으로 처리하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사드 배치가 계속되면 한중 관계가 보다 엄중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이해찬 왕이
0
지난달 방중 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이해찬 의원. 사드 배치 문제로 28일 저녁 또 다시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신화(新華)통신.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30일 전언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외교학회의 초청을 받고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 비정부포럼 제2차 회의에 참석한 이 의원을 28일 저녁 베이징 시내의 한 음식점에 초청, 이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소식통은 왕 부장이 이 의원에게 “한국이 현실 인식을 바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는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이로 볼 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기본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왕 부장의 이번 발언은 사드 현안과 관련해 그가 그동안 수 차례 강경한 어조의 입장을 피력한 것을 감안하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그가 중국 정부의 기본 원칙을 대변하는 외교부의 수장이라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이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로 지난달 18일부터 사흘 동안 베이징을 방문,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양해를 구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외교적 결례라는 말까지 하고 있을 정도이다. 당시에도 왕 부장은 “사드 배치가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조처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강력 요구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배치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발언은 즉각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한중 정상회담은 상당한 걸림돌에도 직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들어 사드 국면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 것이라는 한국 일부의 전망은 이로 보면 희망사항에 불과하지 않을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