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풍력보다 발전효율 높아
조선·철강 등 제조업 연계도
일각 "검증없이 서둘러" 우려
"시험 운영 후 점차 늘려가야"
|
해상풍력은 바다 표면이나 해저에 설치한 구조물 위에 풍력발전기를 세워 바람에 의해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산악지형이 많은 곳에서는 육상풍력에 적합한 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아 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육상풍력보다 발전효율이 높고 소음이 적고 운반제약, 주변 경관 훼손 등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조선, 기계, 철강 등의 제조업과 전기, 토목 등의 건설업 등에 연계성이 커 고용유발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9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이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은 34개로, 총 사업비가 53조66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이 2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11조9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남동발전은 10개소에 20조3624억원, 중부발전은 9개소에 9조3925억원, 서부발전은 4개소에 6조7000억원, 동서발전은 1개소에 1126억원, 남부발전은 3개소에 1조1348억원, 한국수력원자력은 4개소에 각각 2조65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6개 발전자회사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발족해 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 왔다. 서남해 해상풍력 60㎿실증사업이나 100㎿ 제주 한림 해상풍력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부사장 직속의 해상풍력사업단(TF)도 발족했다. 일각에선 SPC 설립과 TF 등 일련의 과정이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두고 전담 조직을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개정안은 한전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송·변전설비 건설·운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했고 터빈 일괄설치기술 등 사업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자체 기술을 보유했다”면서 “해상풍력 등 사업에 직접 참여하면 SPC로 추진할 때보다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해상풍력산업 성장 견인 및 인프라 확충으로 민간의 사업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건전한 경쟁을 통해 산업 전반적인 사업효율성 개선으로 국민 편익 향상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남동발전은 지난 2017년 완공된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인 탐라해상풍력을 운영 중이다. 30㎿ 설비 용량 규모인 이 발전소는 매년 회사에 250억원의 매출고를 올려주고 있다. 또 올해부터 총 사업비 1조6127억원 규모의 전남신안해상풍력 사업도 추진 중이다. 남동발전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를 목표로 한 정부의 계획보다 더 높은 25%를 과제로 삼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남부발전은 제주 동일리 해역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두산중공업, 씨지오대정 등이 참여해 2024년까지 100㎿ 용량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서부발전도 전라남도 완도군 해상에 400㎿급 장보고 해상 풍력발전단지사업을 추진해 2024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1월 전남개발공사와 코오롱글로벌과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으며, 약 2조2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동서발전은 한국석유공사와 노르웨이 국영 석유사(에퀴노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해가스전 인근에 200㎿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아직 연구개발단계에 머물러있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모델’을 최초로 사업화하기 위한 것으로 본격적인 해상풍력발전 시대를 연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기업들의 해상풍력 사업 진출이 너무 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 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해상풍력 시장의 경쟁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 속 대규모 투자 강행은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현 정권이 핵심 국정 과제로 삼은 3020 재생에너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기업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조성진 경성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해상풍력을 설립하는 건 좋지만 한꺼번에 여러 곳 투자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며 “먼저 한두 군데 설치해 본 뒤 동작 여부도 확인하고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