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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고객의 대기 줄을 처리하는 은행 직원들도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대기 시간이 늘어난 고객의 입장에서도 큰 불편이 생긴 것이죠.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금소법 시행 2개월여 전부터 상품 판매 절차를 강화해왔습니다. 고연령자, 투자성향 부적합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되던 녹취를 일반투자자까지 확대했고 상품 설명서도 전부 읽기 시작했죠, 상담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연히 고객들의 불만 제기도 증가했습니다.
금소법은 6대 판매원칙(적합성·적정성 확인,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 및 허위·과장광고 금지)을 위반한 금융사에 수입의 50%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금융 소비자는 청약철회권, 위법 계약 해지권 등의 권리를 보장받게 됐죠.
한 차례 강화된 판매 절차는 금소법의 시행과 함께 더욱 까다로워질 계획이었습니다. 지금의 혼란이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혼란을 잠재울 방안이나 구체적인 시행세칙은 금소법 시행 전날까지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금융사와 소비자들은 청약철회권을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지, 6대 판매규제의 적용 기준이 무엇인지 등 기준이 모호한 채로 시행 당일을 맞아야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당일에서야 시행세칙을 금융사들에 발송했고, 지난 26일부터는 현장의 목소리도 청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을 준비도 덜 된 채 성급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관련 절차 개선의 여지를 살펴보겠다”면서도 “금소법 정착 과정에서 현장 업무가 익숙해지면 소요 시간도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시 금융당국의 역할보다 금융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죠.
은행들은 더 이상 금융당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금융당국은 고객 상담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객의 적합성 평가는 경우에 따라 간소화할 수 있다’ ‘설명 의무는 설명서를 전부 읽으란 의미가 아니다’ ‘계약 서류를 종이로 교부할 필요 없다’ 등을 안내하고 있지만, 금융사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최대한 문제 될 여지를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라며 “고객 불편은 어쩔 수 없지만 당분간 상담 절차를 간소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이 결국 소비자들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융당국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것만큼 책무를 다했는지, 현 상황이 정말 예기치 못한 혼란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