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믿고 맡긴다” 김남구의 ‘인재경영 철학’ 대표하는 CEO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10414010008286

글자크기

닫기

이선영 기자 | 김윤주 기자

승인 : 2021. 04. 15. 06:00

[투자 영토 넓히는 김남구]
金, 단기 실적보다 질적 성장 방점
"대표 교체되면 3년은 기다려줘야"
주요 계열사 8인 평균 3.8년 재임
clip20210414184028
basic_2021
“(김남구) 회장님은 간섭보다 믿고 맡긴다.” 한국금융지주 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그룹의 기업문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김 회장은 단기 실적에 급급하기보다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둔다. ‘대표이사가 교체되면 3년 정도는 기다려주는 게 맞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급히 쌓은 성은 한순간에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각 CEO로선 독립성을 보장받지만, 김 회장이 기다려준 만큼 실적 부진에 대한 부담도 크다.

김 회장과 함께 일하는 CEO들은 길게는 8년째 재임 중이다. 앞서 유상호 부회장(한국투자증권 전 사장), 백여현 부사장(한국투자파트너스 전 사장)은 각각 12년간 해당 계열사를 이끌었다. 김 회장의 ‘신뢰 경영’은 각 사의 성장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각 사 8인의 수장들은 글로벌 투자은행을 목표로 한 김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 CEO 8인의 평균 재임기간은 3.8년이다. 가장 긴 기간 대표직을 맡고 있는 CEO는 8년째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야전사령관형 리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현장중시…임직원과 ‘호흡’ 강


김 회장이 가장 주목하는 CEO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주요 계열사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큰 데다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그만큼 신임하는 인물을 대표로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 회장의 최측근인 전임 유상호 부회장도 12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었고, 현재도 적을 둔 상태다. 정 사장은 2019년부터 유 부회장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1964년생인 정 사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 ‘IB 전문가’로 꼽힌다. 입사 이후 IB 부문에서만 27년간 근무했다.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 IB본부, 전략기획실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IB본부장을 맡으며 임원진에 합류했다. 첫 공채 신입사원 출신 대표이기도 하다. 2004년 LG필립스 LCD 한국 대표 주관사를 맡아 한국과 미국 증권거래소 동시상장, 2007년 IPO(기업공개) 선진화 방안 적용 첫 사례인 삼성카드 상장, 2010년 공모규모 4조8000억원대의 삼성생명 상장 등은 정 사장의 대표 업적으로 꼽힌다. 2019년 취임 첫해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와 파생상품 평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전년 대비 7.4% 줄어든 5870억원(별도 기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김 회장의 철학에 힘입어 정 사장은 올해도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에 증권업계 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준 만큼 정 사장은 올해 절치부심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이 CEO를 평가할 때 최소 3년을 본다고 언급했던 만큼 3년 차를 맞이한 정 사장에게 올해는 중요한 1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하며 임직원들과의 ‘호흡 경영’을 강조하곤 한다. 수행원 없이 여의도 일대를 걸어다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는 등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모범생형,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사장
‘업계 리딩 저축은행’ 끌어올려


정 사장처럼 동원증권에 입사해 대표 자리까지 오른 CEO로는 권종로 한국투자저축은행 사장, 이석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 등이 있다. 동원증권에서 근무하면서 성과를 낸 결과 김 회장의 눈에 띄었다는 분석이다.

권 사장은 1963년생으로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동원증권에서는 IPO, 기업가치 평가 부문에서 성과를 냈고, 2001년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옮겼다. 경영지원본부장, 영업본부장, 리테일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저축은행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저축은행의 성장을 견인해온 공로를 인정받은 권 사장은 지난 2019년부터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에 올랐다. 중소형 저축은행이었던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업계 리딩저축은행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권 사장 취임 첫 해 49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3.7% 증가한 66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권 사장은 디지털화를 통한 업무혁신 추진, 채널 다각화, 만기구조 개선 등을 강조하면서 지속 성장을 위한 고민도 지속하고 있다.

위기관리형, 이석로 한국투자밸류운용 사장
조직 안정화 이끄는 ‘구원투수


이 사장은 한국금융지주의 ‘구원투수’ 역할을 담당해 왔다. 1963년생인 이 사장은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영업점을 거쳐 본사로 이동한 이 사장은 투자신탁 판매 조직 및 리스크 관리 조직 도입 등을 추진했다. 특히 2005년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할 당시 기획조정부장을 맡았다. 6개월 만에 각종 제도를 통합했으며 양사 간의 화학적 통합을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이 사장은 2017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투입돼 조직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지난해 순이익은 5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렸던 이채원 전 대표는 가치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사임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바이오, 2차전지 등 성장주의 강세로 가치투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이 전 대표의 용퇴로 투입된 이 사장의 특명은 이 전 사장의 용퇴로 어수선한 조직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통찰형 전략가, 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사장
8년째 재임…부실여신 ‘0’ 성과


김 회장은 내부 출신이 아니더라도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인재라고 판단하면 외부에서 인력을 끌어왔다. 대표적인 CEO는 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사장이다. 지난 2014년 설립 당시부터 대표직을 맡은 오 사장은 8년째 한국투자캐피탈을 이끌고 있다. 현재 계열사 CEO 중에서 가장 재임기간이 길다. 그만큼 김 회장의 신뢰가 깊다는 방증이다.

1962년생인 오 사장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영화회계법인, 나라종합금융, 세이자산운용, 굿모닝투신운용 등을 거친 이후 2003년 한국금융지주 리스크관리본부장으로 합류했다. 평소 날카로운 분석력을 보여주면서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불린다. 한국금융지주에서 11년간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면서 김 회장의 신뢰를 얻었고, 한국투자캐피탈 설립과 함께 초대 대표로 낙점됐다.

오 사장은 지난 2015년 53억원 수준이었던 순이익 규모를 지난해 811억원으로 키워냈다. 5년 새 15배 이상 순이익을 늘린 셈이다. 2019년(710억원) 대비 14.2% 성장했다. 오랜 기간 리스크관리 업무를 총괄했던 경험은 현재 한국투자캐피탈의 부실여신 제로(0)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멀티플레이어,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사장
제약업계 출신 이색 이력 눈길


올해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로 취임한 황만순 사장은 증권업계가 아닌 제약업계 출신이다. 1970년생인 황 사장은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후 유한양행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한국바이오기술투자, 캠온 등을 거친 이후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입사했다. 황 사장은 팀장, 수석, 이사, 상무 등을 거친 이후 대표직에 올랐다. 황 사장은 과거 동원창업투자(현 한국투자파트너스) 경영진이 작은 벤처기업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저런 회사라면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전 대표였던 백여현 한국금융지주 부사장은 12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계열사 CEO를 믿고 맡기는 김 회장의 철학에 힘입어 오랜 기간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배턴을 이어받은 황 사장은 지난해 470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5%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도전형,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해외와 협업 ‘펀드교역 선구자’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역시 김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1961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2015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으로 취임했다. 올해로 7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조 사장 역시 외부 출신이다. 조 사장은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2002년 동원증권 리서치본부장으로 옮기며 한국금융지주에 몸을 담았다. 조 사장이 취임했던 2015년 268억원이었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순이익은 지난해 말 354억원으로 성장했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던 2019년(404억원)보다는 12.4% 감소했지만 꾸준히 운용자산을 늘려나가고 있다. 2015년 말 35조원이었던 운용자산은 매년 증가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55조원까지 확대됐다.

‘퇴직연금 전도사’, ‘펀드교역 선구자’ 등은 조 사장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취임 시절부터 퇴직연금 상품을 강조해왔으며, 해외 운용사와의 협업과 펀드 수출 등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조 사장은 무엇보다 ‘현장’ 경험을 중요시한다. 투자대상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일 경우 반드시 현장을 다녀와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승부사형, 김민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사장
사업 다각화…‘뉴딜’ 성장 집중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를 이끄는 김민규 사장은 1971년생으로 UC버클리대를 졸업했다. 2005년 한국금융지주 전략기획실에 합류한 이후 경영기획, 투자금융 등을 담당했다. 그룹의 국내외 M&A 전략,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설립 작업, 구조화투자업무 등을 주도한 인물이며 2018년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대표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대표로 취임한 이후 사업 구조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운용자산규모(AUM) 1조1300억원에 달하는 11개 펀드를 결성한 동시에 3개의 펀드를 IRR 19.1% 수준에 성공적으로 청산하면서 회사 AUM을 1조2100억원에서 2조2200억원으로 성장시켰다. 산업은행 주관 소재부품장비 블라인드펀드, 성장금융 주관 구조혁신 블라인드펀드 및 디지털헬스케어펀드 등을 결성하면서다. 현재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통한 5천억원 이상의 드라이파우더를 보유하여 향후에도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에 힘입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의 순이익은 지난해 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5% 성장했다. 김 사장은 향후 그린친환경, 첨단부품소재, 디지털헬스케어 등 뉴딜분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소통형, 이국형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사장
초대 대표…‘5년 내 상위권’ 과제


지난 2019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받고 출범한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초대 대표는 이국형 사장이다. 1965년생인 이 사장은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89년 한국토지공사(현 LH)에 입사했다. 이후 한국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하나자산운용 등을 거쳤으며 2019년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대표에 취임했다. 이 사장은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예비인가를 받은 2019년 3월부터 대표직 요청을 받았으며, 장고 끝에 대표직을 수락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이 사장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을 5년 내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영업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의 장수 CEO들이 최근 몇 년간 교체되기도 했지만 문책성 인사가 아닌 세대교체의 일환”이었다며 “김 회장의 인재 경영 기조는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영 기자
김윤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