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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장충식 명예이사장의 바이올린 연주와 ‘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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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2. 05. 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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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센터 개원식 행사에서 식전 공연 중인 장충식 명예이사장
단국대학교 병원 암센터 개원식 행사에서 식전 공연 중인 장충식 명예이사장.
지난 4월 29일 충남 천안에 단국대학교 병원 암센터가 개원했다. 총 840억 원이 투입된 암센터는 연면적 30,393.5㎡에 지하 2층 지상 8층 250병상 규모로 완공됐고 충남지역 최초이자, 인프라와 의료진을 합친 규모가 최대로 개원한 것이라고 한다. 중부권역 거점 첨단 암 전문병원으로서 지역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날 암센터 개원식에서 인상 깊은 순서가 두 가지 있었다. 장충식 단국대학교 명예이사장의 개원 축하 연주와 암센터 개원기념 조형물 ‘치유의 숲’ 제막식이다. 장 명예이사장은 평소 모름지기 사회의 지도자라면 예술에 대한 조예와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어야한다는 예술관을 지닌 교육행정가다. 그리고 올해 초까지 세권의 책을 발간한 소설가이자, 여러 장의 한국가곡 연주 음반을 낸 아마추어 성악가이기도 하다.

이번 암센터 개원의 기틀이 된 단국대 천안캠퍼스 의과대학을 설립을 주도한 그가 이제 구순을 넘긴 나이로 개원 축하 연주를 위해 바이올린을 들었다. 이 무대에는 장 명예이사장이 음악을 통한 사회봉사를 목표로 조직한 현악앙상블 포시즌(악장 박민석)이 함께 했다.

국내 정상급 현악연주자로 구성된 포시즌은 2014년 창단된 이래, 단국대 병원, 장애시설, 교회, 지역의 중·고등학교 등 음악회장에 쉽게 오기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 위안과 기쁨을 주는 연주활동을 해왔다. 장 명예이사장 역시 바이올리니스로서 틈틈이 이들과 무대에 서곤 했다.

이날 개원 축하 연주로 성가곡 ‘어메이징 그레이스’, 레하르의 ‘금과 은’ 왈츠,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 등이 연주됐는데, 이 축하 공연의 의미는 다른 곳에서 더 빛을 발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수많은 행사에서 음악은 분위기를 돋우고 여흥을 위해 사용된다. 음악이 주제가 아닌 경우에도 음악가들의 연주가 종종 동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명예이사장이 몸소 축하공연을 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구나 그것이 이벤트가 아니라 오래 동안 꾸준히 지속해온 바이올린 연주를 담담하고도 익숙하게 펼치는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광경이다.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서 전문가만을 요구하고 있는 오늘날, 장 명예이사장의 연주는 융합적인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 개원식에서 이목을 끌었던 또 하나의 행사는 암센터 입구의 조형물 ‘치유의 숲’ 제막식이다. 37m에 달하는 비색의 도자기로 표현된 ‘치유의 숲’은 박종훈 작가의 작품이다. 박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개인전을 30회 이상 개최했고, 한국전통도예연구소장과 단국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도예계의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치유의 숲' 제막식
‘치유의 숲’ 제막식.
박 작가는 “작품 의뢰를 받고 마당에 흙을 가져다 둔 다음, 한없이 고민했다. 암센터는 어려운 공간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을 치유하는 이 곳의 특성을 자연스러운 흙의 물성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큰 화두였다”고 말했다.

그는 암센터를 치료가 아닌 치유의 공간이라고 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사람의 몸과 정신을 회복시켜 나가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색을 택했다. 비취는 예로부터 생명의 돌이라고 한다. 비취로부터 나온 비색은 생명을 상징하는 색이다”며 “만물의 어머니이자 근원인 흙을 가지고 곡선의 형태를 잡았다. 어머니가 암을 앓고 있는 환자를 아이처럼 감싸 안아 병마를 떼어내 버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의 이미지까지 곡선으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공공미술이자 환경미술로서 ‘치유의 숲’의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했다. “이 비색의 둥근 조형물을 보면서 힘든 몸과 마음으로 암센터를 오가는 사람들이 기운을 얻고 위안을 받았으면 합니다. ‘치유의 숲’은 어머니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이지요. 과거 이탈리아의 ‘피에타’ 조각상을 보면 성모 마리아가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그저 비통하게 안고 있어요. 그러나 ‘치유의 숲’의 어머니는 아이를 포근히 감싸 안아 결국 낫게 하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피에타’의 현대적이고도 발전적인 해석으로 얘기하고 싶네요.”

우리는 항상 예술의 중요성을 말하고 예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에 대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시기를 겪으면서 예술은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보다도 혹독한 시간을 견뎠다. 절박한 생존의 문제 앞에서 대한민국에 예술이 설 자리는 없어보였다.

이제 그 엄혹했던 시간을 조금씩 벗어나려 한다. 시련의 시간을 지나면서 돌아보니 이 시대 예술의 소명이 더욱 분명해진 느낌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을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것, 그리고 각자 마음 속 작은 촛불을 밝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손수연 음악 평론가·단국대 교수


손수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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