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시론] 서울대와 육사는 왜 다른가: ‘피해자 코스프레’ 뒤에 숨은 조폭적 동문 문화의 민낯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04010001102

글자크기

닫기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8. 05. 05:30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0804 서남열_국방안보포럼
서남열 회장 / 사진=(사)국방안보포럼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추진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육사 이전을 두고 육사 출신 예비역과 일부 논객들은 이번 국방 개혁을 가리켜 "정부와 여당의 육사 죽이기"이자 "육사 폐교 공작"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내놓는 비논리적 변명이 다소 실소를 자아낸다. "내란의 수괴는 서울대를 나온 윤석열인데, 왜 서울대는 가만두고 육사만 응징하느냐"는 주장이다.

이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피해자 코스프레'에 불과하다. 서울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는 이번 내란 사태에서 결코 같은 궤에 놓일 수 없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집단이다.

첫째, 육사는 '계엄 수행의 조직적 주체'이자 선후배 카르텔로 얽힌 특수 지휘 집단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방부를 비롯해 특전사, 방첩사, 수방사, 정보사 등 무력을 직접 움직인 핵심 지휘관들은 예외 없이 육사 출신이었다. 부대원 대다수가 비육사 출신 간부와 부사관,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었음에도 불법적인 내란 명령을 차단 없이 실행에 옮긴 핵심 고리는 오직 육사 출신 지휘관들이었다. 이는 공식적인 정규 지휘 계통을 넘어선 독특한 '육사 선후배 간 연대감'과 맹목적 상명하복 문화가 작동했음을 증명한다. 헌법 수호의 의무보다 동문 카르텔의 지시를 우선시하는 행태가 조직폭력배의 사적 의리와 무엇이 다른가.

둘째, 사건을 바라보는 두 학교 구성원들의 반응과 태도 역시 천양지차다. 12·3 사태 직후 서울대학교의 학생회, 교수회, 동문회는 주저 없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윤석열의 파면과 법적 처벌을 촉구했다. 모교 출신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정을 파괴한 행위에 대해서는 칼같이 선을 긋고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반면 육사총동창회와 예비역 단체들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이들은 불법 계엄에 대한 명확한 규탄이나 국민을 향한 진정 어린 반성의 성명 한 줄 내놓지 않았다. 내란을 주도한 김용현 같은 인물에 대해 애매한 비호 태도를 취하거나 "개인의 일탈"로 꼬리를 자르면서도, 사관학교 개혁안이 나오자 "육사 길들이기를 당장 집어치우라"며 기득권 수호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셋째, 기관의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울대는 학문의 자유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재를 배출하는 민간 교육기관이다. 서울대 출신들이 모여 조직적으로 내란을 모의하거나 실행한 바가 없다. 그러나 육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 안보를 전담할 제복 입은 시민을 양성하는 '특수 목적 군사 기관'이다. 국민이 부여한 총칼을 국민과 국회를 향해 겨눈 중대 범죄에 사관학교 출신 장교단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함이 마땅하다. 그 양성 체계와 조직 문화를 수술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국군사관학교 창설 정책은 AI와 다영역 작전이 지배하는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후 연합작전을 주도할 실력을 키우기 위한 시대적 요구다. 동시에 육사 출신 장교들의 반복된 일탈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믿는다. 이것은 결코 육사를 응징하거나 징벌하기 위한 정치적 보복이 아니다. 자군 이기주의와 폐쇄적인 순혈주의, 시대착오적인 조폭적 동문 문화를 타파하고 '국민의 군대'를 세우기 위한 불가피한 대전환이다.

육사총동창회와 예비역 장교단은 자신들의 묵인 속에서 피어난 내란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반성과 사죄에는 원칙이 있다. 국민이 "이제 그만하라"고 말릴 때까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지속되어야 한다. 1970년 바르샤바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의 진심 어린 사죄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듯, 진정한 성찰만이 붕괴한 장교단의 명예를 재건하는 유일한 길이다.

서남열 (사단법인 국방안보포럼 회장)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