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차피혼자_조정은 배우 공연사진_고화질 | 0 | |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한 장면./제공=PL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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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어차피 혼자'(추민주 작·연출, 민찬홍 작곡)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2005년 초연된 이래 지속적으로 사랑받아 온 뮤지컬 '빨래'의 창작진이 오랜 기간 숙성시켜서 내놓았는데,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주제의 맥을 이었다. '빨래'가 이방인들의 서울살이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고독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고독사 관련 뉴스에서 고인의 삶이 한두 줄에 요약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꼈고, 그것이 이 작품을 창작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남구청 복지과의 무연고 사망 담당자로 일하는 주인공 독고정순이 사망 진단서를 길고 자세하게 쓰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이는 우리가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질문하게 만든다. 혹시 한두 줄의 사망 진단서를 대하듯 피상적으로 지나치고 있지 않은가, 무관심 속에서 모두가 점점 더 외롭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 작품은 고독사라는 소재를 통해 이러한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독고정순이 해질녘 노을 밑에서 부르는 '가만히 귀 기울이면'의 가사에서처럼 주의를 기울여야 겨우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강조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난한 소리, 외로운 소리'이다. 자식의 전화에 연신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은 옆집 어르신,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된 어머니의 아픈 목소리 등등.
 | 어차피혼자_황건하 배우 공연사진_고화질 | 0 | |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한 장면./제공=PL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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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밤이 오면 사람뿐 아니라 길고양이의 가냘픈 소리도 들려온다. 남구청에 입사해 독고정순과 함께 일하게 된 서산은 이 작은 울음소리를 따라다니며 밥을 챙겨주는 청년이다. 그는 처음에는 직접 사망자 가족을 찾아다니는 독고정순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그녀를 이해하고 적극 동참하게 된다. 그러다가 그녀가 자신처럼 치유되지 못한 상실의 슬픔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관련된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지냈던 재개발 예정 아파트에 들어와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끌어가는 것은 애도의 행동이다. 이는 독고정순과 서산의 어머니뿐 아니라 홀로 외롭게 살다가 죽어가는 모든 생명에 대한,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애도이기도 하다.
음악적으로 애도의 정서를 이끌어가는 것은 피아노와 현악기, 그리고 클라리넷 등을 활용한 어쿠스틱한 음색과 서정적인 멜로디다. '청개구리 딸'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등에는 독고정순의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드러난다. 그리고 '한두 줄로 요약될 수 있을까'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곡들은 부드럽고 맑으면서도 종종 반음계 등을 활용한 오묘한 화성과 출렁이는 아르페지오 반주 등으로 깊은 슬픔을 표현한다.
그 가운데 사회의 부조리한 면이 신랄하게 풍자된다. 특히 관료주의를 대표하는 남구청장과 옐로저널리즘을 연상시키는 육기자의 장면은 전자 기타와 신디사이저 등을 사용한 강한 리듬의 음악으로 차갑고 메마른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아파트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 장면을 익살스럽고 귀여운 폴카 음악으로 표현하는 등 현실의 이슈가 다채롭게 반영된다.
 | 첨부파일1.어차피혼자_공연사진 | 0 | | 뮤지컬 '어차피 혼자'의 한 장면./제공=PL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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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작품은 고립과 단절을 넘어서는 희망적인 비전을 향한다. 인물들이 모두 함께 부르는 '어차피 혼자'가 수미상관으로 처음과 끝을 장식하지만, 첫 곡과 달리 마지막 곡 가사가 밝은 톤으로 나아가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교하게 디자인된 영상과 조명이 따뜻함을 배가시키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정을 달리하는 아름다운 하늘과 둥그렇게 떠오른 달, 섬세하게 표현된 고양이들의 귀여운 움직임이 마음을 위로해 준다. 또한 마치 연결과 소통을 의미하는 듯 가로로 관통하는 빛줄기들이 무대에 밝게 드리우기도 한다. 이러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조정은(독고정순 역)의 열정적이고 빈틈없는 연기와 노래가 극을 집중력 있게 이끌어갔고, 황건하(서산 역)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가창력이 여운을 남겼다.
'빨래'가 그러하듯 '어차피 혼자'는 동시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정성 있게 그렸다는 점에서 다양한 층의 관객들이 공감할 만하다. 밀도 높은 정서와 깊이 있는 주제를 전달하는 만큼 무게감이 있지만, 완급의 조절을 통해 오랫동안 사랑받을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홍익대학교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1월 20일까지 공연된다.
/현수정 공연평론가(중앙대 연극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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