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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中 스캠 ‘돼지 도살’ 피해 급증…가상인물 만들어 투자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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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2. 11. 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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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도살"이라 불리는 신종 스캠으로 수 조원의 피해발생
피해자는 본인시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것도 몰라
호주 시드니에 사는 48살의 미혼 남성 앤서니는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셸이라는 여성으로부터 그가 올린 풍경 사진을 칭찬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미셸은 자신이 홍콩에 살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주 여행을 다닌다고 소개했다. 그는 앤서니를 위챗 대화방으로 초대했고 평범한 일상을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내줬다.

그들은 몇 달 동안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어느 날 미셸은 자신의 삼촌이 미국에서 투자하고 있다는 가상화폐를 소개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앤서니는 그동안 모았던 2억원의 저축금을 가상화폐 투자로 모두 잃었다.

앤서니가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고 미셸에게 항의하자 곧바로 차단됐다. 미셸의 소셜 미디어는 삭제됐고, 남은 것은 채팅 기록과 몇 가지 짧은 음성 메시지뿐이다. 그리고 그는 미셸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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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시작된 돼지 도살이라 불리는 스캠으로 매년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사진=국제스캠방지 협회 홈페이지
미셸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범죄 조직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었다. 미셸을 연기한 사람은 전문적으로 설계된 매뉴얼을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는 교대 근무자였다.

호주 공영방송 에이비시는 7일(현지시간) 앤서니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 유행한 '돼지 도살'이라는 스캠(사기)이라고 보도했다. 도축 전에 돼지를 살 찌우는 것처럼 길게는 몇 년 동안 피해자와 로맨틱한 관계를 만든 후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기로 인한 피해금액이 수십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돼지 도살'은 처음에는 위챗을 사용하는 중국인들이 대상이었다. 중국에서 사회문제가 되자 범죄 조직들은 영어권에서 새로운 사기 대상을 찾기 시작했고, 지난 몇 년 동안 피해규모는 급증했다. 호주에서 집계된 올해 스캠 피해액은 약 4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2배 증가한 수준이다. 이 스캠은 불법 프로그램을 깔아서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경고 받을 때까지 본인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기 어렵다.

미셸의 투자, 부유한 삼촌, 풍경 사진에 대한 언급은 치밀하게 짜여진 대본이었다. 중국 공안이 입수한 2019년 3월 교육 매뉴얼에 따르면 '돼지 도살' 방법은 포장(가상의 인물 만들기), 채팅(신뢰 구축), 낚시(투자 유인)등 세 단계로 이뤄졌다. 가상 인물의 취미, 가정 환경, 타인관계로 인한 트라우마 등이 설정됐고 과거의 트라우마는 나중에 화상 채팅에서 만날 수 없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됐다.

스캠 캡쳐
앤서니가 미셸과 주고 받은 위챗 메시지. 미셸의 이야기는 모두 치밀한 각본에서 나온 것들이다./사진=앤서니 제공
심지어 가상 인물을 만들기 위한 사진과 영상 등 '패키지'가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이 패키지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 학생, 잘생긴 남성, 중년 남성, 직장 상사 등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고, 무고한 사람의 소셜 미디어에서 추출한 수백 장의 사진과 수십 개의 영상이 몇만 원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스캠 피해자를 돕는 국제 로맨스 투자 사기 피해자 집단(Global Anti-Scam Organization)은 이런 사기꾼들이 쓰는 일반적인 수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매일 사기 대상에게 아침·저녁으로 인사 △음식 사진 요청 및 공유 △수십만 달러를 쓰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주에 가상화폐 투자나 금 거래 사이트 소개 △투자 기법을 알려주는 삼촌, 형제 또는 전문가 소개 등이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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