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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3군 사관학교 통합,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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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0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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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예비역 해군 대령)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1·2학년은 인공지능·합동작전 등 공통 교육을 받고, 3·4학년부터 군별 전문교육을 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전의 합동성 강화와 중복 교육과정 조정, 지원조직 축소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 명분이다.

운영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행정적 비효율을 줄이는 일과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일은 다른 문제다. 합동성은 각 군의 전문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상·해상·공중 전력을 공동의 작전 목표 아래 통합 운용하는 능력이다. 공동 교과목과 교환교육, 합동훈련을 확대하면 통폐합 없이도 강화할 수 있다.

사관학교는 일반 대학이 아니다.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국가 생존과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장기복무 장교를 양성하는 특수목적 대학이다. 생도는 헌법적 가치와 민주시민 의식, 군인의 정치적 중립, 희생과 책임, 군별 전문성을 함께 체득해야 한다. 이를 국립대 통폐합이나 경영 효율화의 잣대로 다뤄서는 안 된다.

현장의 반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육·해·공사 총동창회 등 예비역 단체, 생도 학부모들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조사기관별 차이는 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55~75.4%로 나타났고, 한국국방연구원 조사에서는 현역 사관생도의 91.3%가 통합에 반대했다. 당사자의 압도적 우려를 기득권의 저항으로 치부한다면 개혁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교육 환경과 지역 기반도 흔들린다. 해군사관학교는 80년 가까이 진해 군항과 함께 성장했고, 함정 운용술·해상전술·해양생존 교육은 바다를 떠나 완성될 수 없다. 청주 공군사관학교도 지역 상권과 항공산업의 기반이다. 교육기관은 떠나고 비행장의 소음과 불편만 남는다는 반발이 커지는 이유다.

미국은 웨스트포인트 육사와 애나폴리스 해사, 콜로라도스프링스 공사를 각각 독립 운영한다. 영국과 프랑스도 군별 사관학교를 분리하고, 중앙집권적 군제의 중국도 병종별 군사대학을 유지한다. 군사강국들이 합동작전을 중시하면서도 초급장교 교육기관을 구분하는 것은 각 군의 전장 환경과 무기체계, 지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완결성과 형평성도 의문이다. 같은 장교 양성기관인 육군3사는 제외됐다. 합동성이 통합의 이유라면 왜 예외인지 설명해야 한다. 또한 추가 통합계획에 각 군 학군·학사장교 과정까지 단과대학으로 통합하면 각 군의 인재 선발권과 지원자의 군 선택권이 약화되고, 군별 작전 환경에 맞는 군인화 과정도 훼손된다. 군별 선발을 유지한다면 통합은 간판만 바꾸는 행정 개편에 그친다.

민간교수 비율 확대와 국립대 수준의 정치활동 보장 구상도 신중해야 한다. 학문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장교 양성기관에는 정파적 이념의 침투를 막는 방화벽이 필요하다. 모든 양성 과정을 한 기관이 통제하면 집권세력의 가치가 장교단 전체에 주입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사관학교를 볼리바르군사대학교 체계에 편입한 뒤 군사교육의 정치화가 심화한 베네수엘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북한이 핵·미사일과 잠수함, 무인전력을 고도화하고 북러 군사협력으로 실전 경험을 축적하는 엄중한 시기다. 이런 때 장교의 선발·교육·임관 체계를 동시에 흔들면 교육 공백과 전투준비태세 약화로 이어진다. 전쟁은 제도 개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 시급한 것은 문패를 바꾸어 다는게 아니다. 초급장교의 보수와 주거, 처우 여건을 개선하고 군인의 사회적 위상을 회복시켜 급감하는 간부 지원율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각 군의 전문교육은 유지하되 임관 전 합동 기초교육과 학교 간 교류, 공동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다. 군은 국가 생존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초당적 수준에서 존중해야 될 안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육사 페교'라는 정적 제거 목적을 숨긴채 해·공사와 통합이라는 미명하에 속도전으로 몰아 부치고 있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멈춰 세우고, 냉엄하게 국가안보 수준 평가와 동시에 국민적 합의부터 다시 구해야 한다.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예비역 해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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