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천년의 귀환 무산 위기’ 부석사 불상...외교 해법 촉구 목소리 커진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417010009197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3. 04. 17. 14:07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일본 반환' 항소심에 부석사 상고...대법원 판단 남아
日 혼세지 종 반환 선례 등...약탈 문화재 반환 늘어
원우스님 "문화재 보존 측면에서도 국내 보관이 낫다"
clip20230417082808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에 있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들어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출처=문화재청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오다)'는 한국 불교계의 숙원을 표현한 단어다. 한국의 문화재 가운데 다수가 불교 문화재다. 그러나 법당에서 사라진 불화나 불상은 한두 개가 아니다. 문화재청에서 펴낸 '통계로 보는 문화유산'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22년까지 파악된 도난당한 문화재는 총 3만885점이다. 이 가운데 회수된 유물은 6744점에 불과하다. 5점 가운데 4점은 여전히 행방불명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대전고법의 충남 서산 부석사 고려 불상(금동관음보살좌상) 일본 반환 판결은 불교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 원점으로 돌아간 불상 반환...대법원의 판단에 달려

17일 서산 부석사 측 법률대리인인 김병구 변호사에 따르면 서산 부석사는 지난달 13일 상고 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서산 부석사 측은 항소심 법원이 '왜구가 약탈해 불상을 불법 반출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증거는 있지만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인 일본 민법의 취득시효 규정을 적용해 쓰시마섬(대마도) 간논지(觀音寺·관음사)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 일본 판례를 잘못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쟁점이 된 △고려 부석사와 현재 부석사의 동일성 문제 △남의 물건임을 알고 가지고 있었는 지(자주점유 또는 타주점유를 다루는 법리) 여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부석사 측은 "항소심 판결에서 인용한 일본 판례는 매매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소유물임을 알고 있는 '악의의 매수인'의 '자주 점유'를 인정한 것"이라며 "왜구에 의한 약탈은 '무단 점유'로서 자주 점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매매에 관한 사안과 같이 본 항소심 판단은 일본국 판례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석사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있었던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현재의 서산 부석사가 동일하다고도 주장했다.

서산 부석사 측은 "(서주)부석사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선 초·중기에도 있었음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숭유억불 정책을 펼친 당시에는 합천 해인사, 예산 수덕사 등 삼국시대부터 전승돼온 유명 사찰 대다수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며 "반면 조선 초기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부석사가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 말 왜구의 침략으로 서주 부석사의 인적·물적 요소가 소실됐다면 지금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정부청사가 전쟁 등으로 멸실하면 국가도 소멸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2017년 불교문화재연구소 조사를 통해 서산 부석사 경내에서 고려시대 기와와 청자편 등 유물이 발견됐다"며 "구체적인 증명력을 갖추기 위해 서산시가 발굴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높이 50.5㎝·무게 38.6㎏의 서산 부석사 불상은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쓰시마섬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

이에 서산 부석사는 당초 이 불상은 서산 부석사에 있던 것으로 고려 시대 때 왜구에 탈취당했다며 소유권을 가리는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서주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안에서 나온 결연문을 근거 삼았다.

2017년 1심 재판부는 서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 2월 2심 재판부는 점유물 취득 시효가 완성됐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고 관음사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부석사 측은 상고했고 결국 고려 불상의 주인을 가리는 일은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현재는 불상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정치·외교 무대서 실마리 찾자"...약탈 문화재 반환 '전 세계적 흐름'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가운데 법정 밖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석사 측의 상고 이후 조계종 중앙종회와 부석사가 속한 충청남도 도의회,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나서서 정치·외교적 해법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국가 또는 지자체 간 협력으로 약탈 문화재 문제가 해결된 선례가 있다는 점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따르면 17세기에 제작된 일본 시나가와시의 혼센지(品川寺) 종(鐘)이 이런 사례다. 이 사찰의 종은 19세기 화재 때 사라졌다가 20세기 초 스위스 제네바의 한 공원에서 발견됐다. 제네바시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이 종을 되돌려줬고, 그 취지를 기념해 혼센지는 종의 복제품을 만들어 제네바시에 선물했다. 두 도시 간의 우호협정 또한 체결됐다.

강대국이 약탈한 문화재를 반환하는 건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박물관협회는 약탈 문화재의 전시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의 어느 박물관이든 소장 경위를 소명하게 했다. 또한 2021년 프랑스는 130년 전 약탈한 서아프리카 베냉의 문화재 26점을 반환했고, 독일도 2022년부터 지금까지 수백 점의 문화재를 나이지리아 등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돌려주고 있다.

재판에 참가했던 서산 부석사 전 주지 원우스님은 "쓰시마섬 간논지는 사람이 없는 '무인사찰'로 처음에는 불상의 도난 사실조차 모를 정도였고, 관리를 하지 않아 불상이 손상됐을 정도다. 차라리 우리가 관리하는게 문화재 보존 측면에서도 낫다. 이런 측면을 호소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우리나라는 30만점의 약탈 문화재가 있는 나라다. 여태까지 정부가 돈을 주고 사 온 적은 있어도 외교력을 발휘해서 가져온 적은 없다. 이제는 정치·외교적 해법을 낼 때"라고 호소했다.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