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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도로 위 점거한 시위대… 시민 안전지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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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3. 08. 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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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안전지대' 잃은 지 오래… 불법 주차·주기적 집회
대로 점거해 무단횡단부터 도로변 노상방뇨까지
"시민 피해·안전사고 '초읽기' 우려… 제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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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차량이 통행하는 왕복 9차로 도로 한복판 안전지대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독자 제보
도심 사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황색 안전지대'가 도로위에서 그 역할을 잃고 있다. 보행자가 유사시 몸을 피할 수 있게 해 놓은 안전책이지만, 이젠 다른 용도로 악용 중이다. 서울 곳곳 대기업 사옥 앞에서 벌어지는 무법 시위가 바로 그 '황색 안전지대' 위에서 이뤄지고 있어서다.

각계에선 시민 안전을 볼모로 한 불법시위에 현실적 제재 방안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위대는 안전지대에 천막과 대형 스피커 등 시위 물품이 적치 돼 있고 도로에 현수막을 못박아 고정하기도 했다. 왕복 9차선 대로 위에서 무당횡단부터 도로변 노상방뇨까지 이어진다. 안전지대 내 단체 취식과 노숙도 빈번하다.

피해는 온전히 시민들이 보고 있다. 행여 큰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어디에 물어야 하는 지도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시위로 인한 시민 피해와 안전사고 발생 막기 위해 조속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사회 각계에서 무법 시위에 대한 자정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법으로 규정된 도로 위 '안전지대'에서의 집회 강행은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지대 시위는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 위험을 높여 시민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갑작스런 돌발 상황 발생에 시위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등 다수의 안전을 볼모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 사옥 앞인 서울시 서초구 염곡사거리 안전지대에서 7월 중순부터 2주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A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기아 판매대리점에서 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후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10여년 간 시위를 벌여 왔다. 해당 판매대리점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기아와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m 떨어진 염곡사거리 중앙 약 700㎡ 넓이의 '황색 안전지대'를 점용하고 차량을 비롯해 천막·현수막·대형 스피커·취식 도구 등의 물품을 도로 위에 방치한 채 매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교통사고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시 보행자와 위급 차량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공공의 대피 공간이지만 무법시위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도로교통법 제32조 3항에 따르면 도로 위 안전지대는 사방으로부터 각 10미터 이내부터 차량 정차나 주차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A씨 측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채 안전지대를 거점 삼아 위험천만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염곡사거리는 왕복 10차선에 이르는 서울시내 주요 도로인 양재대로와 강남대로가 인접한 곳으로 교통량이 많고 정체가 잦은 수도권 주요 혼잡 구간이다. 상습 정체뿐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양재IC를 비롯한 복잡한 교통체계로 인해 전국에서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염곡사거리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네 번째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 장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A씨 측은 사거리를 지나는 차량들이 유턴하는 지점 인근에 천막을 세우고 시위 차량들을 불법 주차해두면서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다수 인원을 동원해 안전지대 한가운데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기존에도 혼잡도가 높은 염곡사거리 주변의 교통사고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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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차량이 통행하는 왕복 9차로 도로 한복판 안전지대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독자 제보
집회 참가자들은 스피커와 현수막 등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왕복 9차선 대로를 무단횡단하기도 했다. 각종 시위 집기류를 옮기고 현수막을 안전지대와 도로 곳곳에 설치하기 위해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차도 위를 거리낌 없이 활보한 것이다. 아울러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안전지대 인근 도로변에 노상 방뇨를 하거나 안전지대 한복판에서 단체로 취식 및 노숙을 하고, 심지어는 안전지대 내 아스팔트 위에 현수막을 못으로 박아 고정하는 등의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안전지대 내 시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안전지대에 차량이 주정차해 있거나 장애물이 방치될 시에는 시야가 막혀 위험하고 위급 상황에 대피할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지대에 서 있던 차량이나 사람이 다시 차로로 갑자기 합류할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기업 사옥 근처에서의 현수막 남용은 자칫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길가에 마구잡이로 설치된 현수막이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며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A씨가 사옥 앞 보행로 한가운데 도로점용허가 없이 설치했던 불법 천막 안쪽에는 휘발유 등의 인화성 물품까지 방치돼 화재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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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통행하는 왕복 9차로 도로 한복판 안전지대에 차량을 불법 주차하고, 시위 물품을 적치한 모습. /독자 제보
이쯤되자 불법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공권력의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도심 내 만연한 불법 시위로 안전권을 상시로 위협받는 시민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소음 기준이나 도로 점거 규제안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수준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미국·프랑스·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타인의 기본권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공권력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언제까지나 타인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장되는 기본권"이라며 "불법 시위로 인해 시민의 안전권이 더는 침해되지 않도록 조속히 집시법을 보완해 모두에게 안전한 시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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