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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남북군사합의 5년…폐기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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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3. 09. 19. 17:34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 "폐기 바람직"
한기호 국방위원장 폐기 촉구 기자회견
야권 "긴장완화 효용성 입증…전쟁방지 최후 보루"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촉구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과 국방포럼이 기자회견을 열고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일명 9·19 군사합의)의 1조의 내용이다.

5년이 지난 현재 북한의 잇따른 무력도발로 이 조문의 의미가 퇴색한 가운데 남북간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 체결된 이 합의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는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지난해 말까지 북한이 명시적으로 이 합의를 위반한 사례는 지난해 말 있었던 무인기 침투 사건을 포함해 17건에 달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9·19 군사합의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드시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는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무인기 침투 사건 직후인 올해 1월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9·19 군사합의 역시 윤 대통령이 상황과 판단에 따라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장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행동하는자유국민연대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 폐기를 촉구했다.

한 의원은 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5년간 가짜 평화에 매달리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시간만을 벌어준 셈"이라며 "더 이상 9·19 남북군사합의로 대한민국의 국방과 안보가 붕괴되는 참담한 현실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7·4 남북공동성명 등 지난 50여년간 남북 간 체결된 합의 680여 건 중 명시적으로 '파기 선언' 된 합의가 단 한 건도 없는 만큼 윤석열 정부가 먼저 나서 9·19 군사합의를 명시적으로 파기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야권에서는 9·19 군사합의가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정부가 먼저 나서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다면 또 다른 여야간 극한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한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 때 북한의 비무장지대 국지도발 횟수가 228회, 박근혜 정부 동안 108회였던 것이 문재인 정부 동안에 5회에 그친 것을 보면 남북군사합의의 실효성은 이미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며 "한반도 전쟁 방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평가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신 후보자가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이렇게 해서 대체 어쩌자는 것이냐"며 "그 무책임함과 위태로움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9·19 합의 파기를 거론하는 건 북한에 도발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9·19 군사합의가 우리에게 불리한 면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북방한계선(NLL)에서 일정 수준의 안정을 가져온 데는 합의가 일정 수준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니 우리도 상호주의적으로 지키지 않겠다는 건 안 된다. 우리가 북한과 똑같은 수준은 아니지 않냐"며 "파기했을 때 한반도 평화 번영에 어떤 도움이 될지 철저히 계산한 다음 실행에 옮겨야지, 현재로선 파기 목소리가 나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지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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