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에이비시(ABC) 방송 등 호주 주요 언론은 60%에 달하는 반대로 부결된 지난 14일 국민투표 결과에 실망한 원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수도 캔버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반대가 50%를 넘었고, 원주민이 다수 거주 중인 북부 준주에서도 반대가 찬성을 앞섰다.
호주에서 헌법개정이 국민투표에 부쳐진 사례는 지난 1901년 연방창설 이후 총 20차례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로 국민투표에 부쳐진 45개의 헌법개정 조항 가운데 단 8개 조항만 통과된 기록을 남기게 됐다.
헌법 개정을 통해 원주민의 목소리를 연방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헌법기관을 설치하자는 투표가 부결되면서 원주민 지도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찬성 캠페인을 주도한 단체는 투표가 끝난 후 1주일 동안은 이번 결과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라면서 "원주민이 호주에서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 잘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주민 단체들은 전국에 게양된 모든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군도만 기들을 조기 게양하는 것을 통해 국민투표 결과에 '조의'를 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원주민 지도자 마샤 랜튼은 "호주에서의 흑백 화합은 사장됐다"며 "진정한 흑백 화합을 위해 원주민 사회가 내민 손을 대다수의 호주인이 뿌리쳤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원주민 지도자는 "우리 세대의 모든 노력은 수포가 됐고, 이제는 새로운 세대에게 원주민 과거사 문제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벨라 히긴스 원주민 문제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을 이끈 단체 지도자들이 더 이상 원주민의 분노를 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원주민 사회에서 '원주민 주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투표 등 평화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친절이 최선의 방식인지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단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투표 부결을 주장해 온 보수 야당은 원주민 기구 설립은 호주에 이민 온 다른 민족 국민들에 대한 차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국민투표가 불필요한 국가적 낭비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국민 투표에서 기존의 보수와 진보가 입장을 바꾼 결과가 나와 정치권이 앞으로의 정치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에 고심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진보적 노동당의 전통적 지역 기반에서 압도적으로 반대표가 나왔지만, 중산층 이상의 백인이 다수 거주하는 주요 도시 지역에서 오히려 찬성표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