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정치로 진영간 갈등 최고조…동서지역 대립 더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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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혐오정치가 만연하면서 양 진영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거대 양당은 각자의 진영만 바라보는 정치를 통해 국민들을 통합의 길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대립을 조장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토의 서쪽인 수도권·호남에서 압승하고, 국민의힘은 동쪽인 영남·강원 의석을 지켜내며 동서 지역 대립 역시 공고해졌다.
국민들은 '타협하지 않는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자세를 갖춰야 한다.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비난만 하니,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한다"고 말한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불건전 정치'는 우리나라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들은 갈등과 대결을 멈추고 '협치(協治)'를 통한 민생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분열의 정치, 이념·세대·지역 모두 갈랐다
4·10 총선은 갈등과 대결 구도에 집중되다 보니 유권자들이 자기 진영 승리를 위해 더 많이 투표장으로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당이 상대방을 심판하겠다는 편 가르기에만 집중하면서 국민들을 더욱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결 구도가 심화되면서 정권 심판론이 탄력을 받았다. 특히 물가와 민생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등 정권발 악재가 잇따르면서 민주당의 막말과 논란이 덮혀버렸다"며 "민주당 후보의 여성 막말 발언과 불법대출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이 당선된 것은 양 진영간 대결 구도에 따른 '정권 심판'에 대한 공감대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과거와 비교해 뚜렷한 동서(東西) 구도가 확인됐다. 민주당은 국토의 서쪽을 대부분 차지했다. 특히 충청권 28석 가운데 21석을 확보해 매 선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의 민심을 잡아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20석)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며 충청의 패권자로 등극했다. 충남에 거주하는 이모씨(65·여)는 "이번 선거에서 충남은 민주당 텃밭이 됐다. 거의 정당 색깔 보고 뽑은 것 같다"며 "우리 지역에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살에 와 닿는 정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정권에 대한 사실상 중간 평가 선거가 되면서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이에 정권 심판론이 전국을 휩쓸면서 수도권·충청에 생각보다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국정 2년에 성과가 많았으면 국정 안정론이 힘을 받았을텐데 당정이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었다. 양 진영간 협치가 없다 보니 민생은 실종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양대 정당의 정략적 정치, 국민에게 폐해만 남겨
국민들은 상대를 향한 비방이나 부정적 성향을 줄이고 생산적인 태도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회계사 김모씨는 "정치는 토론과정을 통한 역동성이 생명력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이기고 지는 전쟁 같은 결과만 남아버렸다"며 "토론과 경쟁하는 과정 자체에서 얻어지는 게 있어야 한다. 창의적인 발상, 가려졌던 소수 의견 등이 이번 총선에서 부재해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총선 결과는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 모두 협치의 테이블로 나오라는 민심의 명령이다. 전문가들은 극단화된 진영 갈등을 벗어나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여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분된 진영의 갈등과 대립으로 국력이 낭비되고 있다. 사회 갈등의 비용도 너무 크다. 정치적·정서적으로 내전 상황에 준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야당에 큰 힘을 실어준 만큼 지금부터 못하는 건 야당의 책임이다. 공을 넘겨 받은 야당이 국회에서 어떤 리더십으로 국정운영을 주도할지 국민들이 잘 감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