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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옥중정치, 내로남불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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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기자

승인 : 2025. 02. 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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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정치부 기자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는 그의 딸인 인디라 간디에게 보냈던 옥중편지로 유명하다. 네루는 1930년 10월 26일부터 1933년 9월 8일까지 3년 간 옥중 생활을 하면서 간디에게 198편의 옥중편지를 보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편지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그 양이 막대하다.

고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세계사 주요 흐름을 설명하며 편향되지 않고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갖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옥중 러브레터는 어린 딸에게 강인한 정신력과 위대한 민족정신, 올바른 세계관을 심어줬다. 이 편지를 추려 낸 '세계사 편력'은 옥중서신의 백미로 꼽힌다. 아비의 진심이 통했을까. 간디는 훗날 인도 최초 여성총리가 되어 인도 발전에 이바지했다.

옥중편지로 유명한 우리나라 정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군사독재 여파로 6년간 옥살이를 하게 된 김 전 대통령은 이 세월을 이겨내려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냈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의지와 자기반성, 국가와 국민을 향한 염원 등이 두루 담겼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도 옥중편지를 통해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 지지자들을 결집했다. 이 옥중메시지는 전 세계적인 저항의 상징으로 다시 읽히고 있다.

이렇듯 옥중편지는 수감 중인 정치인들의 유일한 국민과의 소통수단으로 통했다. 억압 속에서도 정치적 정당성과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국민적 공감대를 얼마나 끌어냈느냐에 따라 수확이 달라진다.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옥중편지는 '정치병을 치료받지 못한 관심종자'라는 낙인만 찍히게 된다.

야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 이후 '옥중정치'가 본격화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명절인사 등을 통해 국민께 안부를 전하면서도 계엄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메시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수지지층 결집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 윤 대통령의 일반면회가 가능해지면서 용산 참모들도 잇따라 찾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접견 정치'가 본격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가운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수감 중인 가운데 친필 사인이 담긴 신간을 내놓는다 한다. 연일 옥중편지를 내놓는 조 전 대표는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기대된다고 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탄핵찬성 집회에 커피차를 보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조 전 대표에겐 옥중정치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는다.

옥중서신은 독재에 저항하거나 민주화운동 등으로 투옥된 인사들이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 쓰던 방식이다.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입시비리·감찰무마 등 철저하게 개인적 비리로 실형을 받은 인물이다. 비상계엄의 공포를 화두로 민주투사로 비춰 돌아선 2030지지층의 재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과 관련해 권한쟁의사건 재판에 절차적 흠결이 있어 각하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만큼 윤 대통령의 정치적 호소는 방어권 측면에서 필요하다. 옥중편지가 옥중정치라는 표현에 내로남불은 없어야 한다.
이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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