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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문어지능(Octopicial intelligence)
지능의 유연한 형태
인지, 지능, 지식, 감각. 연결!
감정, 느낌, 마음, 의식. 연결!
신경, 진화, 경험, 존재. 연결!
현재, 미래, 정신, 기억. 연결!
모든 건 연결되어 있어!"
바다의 현자라 불릴 만큼 영리하다고 알려진 문어는 총 8개의 촉수와 큰 뇌를 가지고 있다. 뇌는 그 절대적인 크기만 보면 인간 600분의 1 사이즈지만, 애초에 신체 크기도 다르고 인간과 달리 온몸에 뉴런이 분포해 있어 탐색이나 물체를 움켜쥠 등은 굳이 머리에서 직접 명령하지 않아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무척추동물을 통틀어 크기 대비 뇌 용량도 가장 크다. 그에 걸맞게 문어는 주변 움직임을 흉내, 모방을 할 수 있으며, 높은 사고능력,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을뿐더러 장난도 친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염지혜의 '에이아이 옥토퍼스'는 위와 같은 문어의 생물학적 특성을 주목하고, 과학기술의 무분별한 발달 등이 초래할 폭력과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작가는, 보통 인공지능으로 여겨지는 '에이아이(AI)'에 '문어'를 붙임으로써 '에이아이(AI) 문어'를 상상하고 있다. 염지혜의 '에이아이 문어'는 인간의 지능과도 같은 '에이아이'와는 달리 촉수 전체에 뉴런이 분포되어 있어, 뇌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적 지능을 의미한다.
최근 세계 과학계에선 곧 다가올, 에이아이 다음 단계인 '에이지아이(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생성형 인공지능)'라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경쟁하는 시대에 대비할 것을 예고했다. 챗GPT와 딥시크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오늘날 에이아이의 역사와 다음 단계인 '에이지아이' 시대를 비교하며, 다가올 AGI 시대에는 과거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엄청난 변화가 생활과 산업 전반에 들이닥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도구로서 개발된 '에이아이'가 실제적으로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의 기술적 진보가 안겨준 폭력과 폐해는 지구가 맞이한 위기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염지혜는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재고하는 새로운 사유체계가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인간-비인간 잡종을 형상화하는 데이비드 알트메즈의 조각과 동물과 자연의 지혜를 빌어 탈-인간중심적 삶을 모색하는 염지혜의 '에이아이 옥토퍼스'는 우리가 직면한 위험은 인간의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됨을 인식하고 조금은 낯설지라도 새로운 사유체계로서 '그것이 되어봄'을 상상할 것을 제안한다.
문어가 스스로의 지능을 더욱 진화시켜 옥토피셜 인텔리전스(Octopicial Intelligence·OI), 즉 문어가 만들어 낸 문어와 같은 지능 OI를 만들어 우리가 사는 시간과 공간에 방문한다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지를. 만약 인류가 문어로부터 촉수의 예리함, 생물학적 공감 능력, 그리고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인간이 만든 '에이아이'가 두려움의 대상도 경쟁자도 아닌 정말 좋은 도구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김주원 큐레이터/한빛교육문화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