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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원'은 강명희가 프랑스 투렌 지역에 마련한 18세기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의 정원과 땅을 소재로 오랜 시간 작업해 완성한 대형 회화 작품이다.
어느 날 문득 한국에서 가져간 물감들을 모두 소진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가는 눕힌 캔버스에 물감을 발로 짜내며 이 작품을 시작했다. 손수 풀을 뽑고 자갈과 식물의 뿌리들을 정리한 고운 땅을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작품이 제작됐다. 낫을 들고 정원을 다듬다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작업 과정은 마치 땅을 일구는 농부의 행위를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작가는 밭일을 많이 할 때 작업도 잘 됐다고 회상한다.
땅에 놓인 죽은 엉겅퀴 네 가지를 그린 엉겅퀴 초상화이기도 한 이 작품은 "땅은 평면이자 죽음이고 모든 것"이라고 말한 작가가 자연과 소통하며 생명의 근원을 마주하고 우주적 기운을 함축해 낸 과정의 기록이다.
서울시립미술관